비밀침해/특허
원고는 자신의 국사 수험서에 사용된 독창적인 '구성 체계'와 일부 내용이 피고들이 출판한 수험서에 무단으로 도용되어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 도서의 인쇄, 판매 중단 및 3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편집 방식과 표현 방식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을 가진 표현 형식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 도서와 원고 도서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D'라는 국사 수험서를 출판하고 2018년 'F'로 개정본을 냈습니다. 원고는 역사적 내용을 시간 순서에 따라 횡적으로 편재하고 동시대 사건을 종적으로 결합하여 이해도를 높이는 독창적인 '원고 구성 체계'를 고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B와 C는 2020년 'G'라는 국사 수험서를 공동으로 저술하여 출판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들이 자신의 독창적인 구성 체계와 일부 내용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도서의 인쇄, 판매, 게재, 배포, 전송 등을 중단하고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3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국사 수험서의 특정한 편집 방식(시간 순서 배열, 도식화 등)과 내용 구성, 문구 배열 및 해설 방법이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 도서가 원고 도서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복제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수험서의 구성 체계 및 편집 방법(A4 세로, 양면 구성, 가로 넘기기 요약서, 시기별 횡적 나열, 도식화/판서화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만큼 창작성이 있는 표현 형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비교된 내용 구성, 문구 배열, 해설 방법 등에서도 글씨체, 크기, 색깔, 부호, 표, 박스 등 구체적인 시각화 표현 형식이 서로 다르고, 일부 유사한 역사적 사실 기재 부분은 수험서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는 내용이거나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보호 대상: 저작권법은 문학, 학술, 예술 분야에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으로 얻어진 '아이디어나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을 저작물로 보호합니다. 이는 아이디어나 사상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말, 문자, 음, 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구체적인 표현물로 나타나지 않거나, 표현 형식에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나지 않아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도112 판결).
편집저작물의 창작성 요건: 여러 소재를 수집, 분류, 선택하고 배열하여 만든 편집물(이 사건의 수험서와 같은 저작물)이 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이러한 편집 행위에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남의 것을 복제한 것이 아니며,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1985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원고 구성 체계' 즉, A4 세로 방향 편집, 좌우 양면 두 페이지를 한 짝으로 편집, 가로 넘기기 식 요약서 구성 등의 편집 방법이나, 역사적 사실을 시기별로 횡으로 나열하고 도식화 또는 판서화하여 구성하는 표현 방법은 수험서의 기능성이나 실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아이디어 영역에 해당하거나, 기존 저작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 형식으로 보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만큼의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실용적 저작물(수험서)의 창작성 및 침해 판단 기준: 국가고시나 전문자격시험의 수험서와 같은 실용적 저작물의 경우, 그 내용 자체는 기존 서적이나 공지의 사실을 기초로 하더라도, 저작자가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학계 이론, 학설, 관련 문제 등을 저작자 나름의 독창적인 표현 방법으로 잘 정리하여 설명했다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기존 다른 저작물과 동일 유사하거나, 기존 이론이나 개념을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설명하거나 정리한 경우, 또는 논리 구성상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에는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될 여지가 없으므로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원저작물 중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이 상대방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115625 판결). 이 사건에서는 비교표에 기재된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을 요약하거나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판단되어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았으며, 글씨체, 크기, 색깔, 부호, 표, 박스 등 구체적인 시각화 표현 형식이 서로 달라 실질적 유사성도 없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수험서나 실용서와 같은 기능성 저작물은 아이디어나 일반적인 정보 배열 방식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저작권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한정되므로, 내용 자체가 아닌 그 내용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방식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다른 저작물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저작자만의 개성이 드러나야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보편적인 편집 방법 (예: A4 용지 사용, 양면 구성, 연대기적 나열, 도식화)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과학적 원리, 학계의 공통된 이론, 개념 등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의 정보이므로, 이러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정리한 부분은 그 자체만으로는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 시 유사성을 비교할 때는 글씨체, 크기, 색깔, 부호, 표, 박스 등 시각적 표현형식은 물론 구체적인 소재의 선택이나 설명의 내용 및 정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내용이 일부 비슷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 어렵고,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