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원고 회사는 미국 본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특정 빵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대체용 믹스를 개발하려고 외부 업체에 여러 차례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원고 회사의 전 임직원들이 퇴직 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원고 회사와 동일한 외부 업체에 유사 믹스 개발을 의뢰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자, 원고 회사는 전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믹스 성분 및 배합비율에 관한 정보가 원고의 영업비밀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들이 해당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사용했음도 인정하지 않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미국 G사와의 독점 프랜차이즈 계약에 따라 H 제품을 판매하며 G사의 오리지널 믹스를 공급받았습니다. 원고는 2001년, 2012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E 주식회사에 오리지널 믹스와 유사한 품질의 대체용 H 믹스 개발을 의뢰했고, 특히 2014년에는 교육 및 연습용 믹스를 공급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원고의 전 임직원이었던 피고 C와 D는 2013년 퇴직한 후 2014년 피고 주식회사 B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피고 D는 2014년 1월경 E사에 H 믹스 개발을 의뢰했고, E사는 2014년 3월 'I 믹스'라는 이름으로 제품 품목제조허가를 받아 '피고 믹스'를 개발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이 피고 믹스를 이용하여 H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이 E사가 원고를 위해 개발한 H 믹스의 성분, 배합비율 등에 관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사용하여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피고들에게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A가 E사에 의뢰하여 개발된 대체용 H 믹스의 성분, 배합비율 등에 관한 정보가 원고의 영업비밀인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고들이 해당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사용하여 자신들의 믹스를 개발했는지 여부, 그리고 전 임직원인 피고 C와 D가 원고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나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했거나 배임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H 믹스 관련 정보가 원고의 영업비밀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해당 정보에 대한 권리는 개발을 주도한 E사에 귀속된다고 보았고, 원고와 E사 사이에 권리 귀속에 대한 별도의 약정도 없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여 자신들의 믹스를 개발했는지 여부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원고의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영업비밀의 권리 귀속 및 인정 여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려면, 우선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해야 하며, 그 영업비밀의 권리자가 누구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법원은 식품이나 제조방법 등에 관한 지적재산권 등의 권리는 원칙적으로 이를 개발한 당사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A가 E사에 H 믹스 개발을 의뢰했을 때, 오리지널 믹스에 기초하여 얻은 자료들에 대한 권리가 원고에게 있다는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개발을 담당한 E사가 해당 정보의 권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A는 G사로부터 오리지널 믹스를 공급받아 사용할 독점적 권리자이지만, 이를 이용한 유사 믹스의 개발 권한까지 G사로부터 허락받았다는 증거가 없어, 원고가 독자적으로 이를 영업비밀로 주장할 정당한 권리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영업비밀의 취득·사용 인정 여부: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비밀(E사 개발 H 믹스 정보)을 취득·사용하여 자신들의 '피고 믹스'를 개발했는지 여부에 대해 여러 증거를 검토했습니다. E사의 연구진 증언에 따르면 피고 믹스 개발 과정에서 원고 주장 영업비밀이 사용되지 않았고, 오리지널 믹스와 피고 믹스 사이에 성분, 배합비율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법원의 제품 검증 결과에서도 오리지널 믹스와 피고 믹스로 만든 H 제품의 밀도, 색상, 맛, 식감에 차이가 있어 유사성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단기간 내 피고 믹스가 개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도 E사에 축적된 개발 노하우와 피고 D의 적극적인 참여로 설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의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전 임직원의 계약·신의칙상 의무 위반 또는 배임: 원고는 피고 C, D가 전 임직원으로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고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믹스가 원고 주장 영업비밀을 사용하여 개발되었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 C, D가 계약 위반 또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전 임직원이 이전 개발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적인 노하우'를 새로운 제품 개발에 활용한 것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계약 위반이나 배임적 불법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개발을 외부 업체에 의뢰할 때는 개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특허권, 영업비밀 유지 및 사용 권한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합니다. 특히, 성분, 배합비율, 제조 방법 등 핵심 정보에 대한 권리 귀속과 비밀유지 조항을 상세하게 명시해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계약 등으로 원천 기술을 공급받아 사업하는 경우라도, 해당 원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 개발 권한까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개발 권한이 필요한 경우라면 계약서에 명확히 포함시켜야 합니다. 전 직원이 경쟁사를 설립하여 유사 제품을 개발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퇴직 시 영업비밀 준수 서약, 경쟁 금지 조항 등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영업비밀이 잘 관리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려면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사실, 기업이 그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거나 사용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사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개발 의뢰를 받은 업체가 여러 고객에게 유사한 제품 개발 용역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특정 고객을 위해 개발된 정보가 다른 고객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내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고객별 정보 보안에 대한 명확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