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직원들의 회사 중요 자료 유출 및 경쟁사 전달 사건

피해회사 L의 전·현직 직원들이 퇴사 후 경쟁사 F, B로 이직하거나 재직 중에 회사의 영업 관련 자료와 기술 개발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경쟁사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유출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혐의 적용을 달리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E, G, H은 '영업상 주요 자산' 유출에 따른 업무상배임죄로 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다른 피고인 A, C, D 및 법인 F, B에 대해서는 '영업비밀'로 볼 증거가 부족하거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해회사 주식회사 L: 전기용품 제조 및 판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영업비밀 및 영업상 주요 자산 유출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 피고인 주식회사 F, 주식회사 B: 피해회사의 전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자료를 넘겨준 경쟁사로, I 대표가 설립하여 운영합니다. F은 제품 판매를, B은 제품 연구개발 및 생산을 담당합니다.
• 피고인 E (전 피해회사 영업부 차장, 현 F 영업부 부장): 퇴사 전 회사 수주 관리 파일을 경쟁사 I 대표에게 송부하고, H로부터 영업비밀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업무상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피고인 G (전 피해회사 영업부 차장, 현 F 영업부 부장): 피해회사 퇴사 시 LH공사 아파트 건설현장 목록 및 담당자 정보 파일을 개인 USB에 무단 반출한 혐의로, 업무상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피고인 H (피해회사 영업부 이사, 자영업): 피해회사의 연구소 개발 회의 자료 및 견적 리스트 파일을 E에게 송부한 혐의로, 업무상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피고인 A (전 피해회사 기술연구소장, 현 B 연구소장): E으로부터 2015년 제품별 연구개발계획 파일을 수령하고, D의 외장하드에서 피해회사의 설계 도면 등 60개 파일을 복사하여 취득한 혐의를 받았으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피고인 C (전 피해회사 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 현 B 연구소 선임연구원): 퇴사 시 피해회사의 욕실 환풍기 전체 도면 등 50개 파일을 개인 저장매체에 복사하여 보관하고 B 연구소 컴퓨터에 저장한 혐의를 받았으나, 업무상배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피고인 D (전 피해회사 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현 B 연구소 책임연구원): 퇴사 시 피해회사의 전열교환기 제품 도면 등 64개 파일을 개인 저장매체에 복사하여 가져간 후 자택 컴퓨터 및 B 연구소 저장매체에 저장한 혐의를 받았으나, 업무상배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피해회사 L의 전·현직 직원들이 경쟁사 F, B로 이직하거나 재직 중에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하여 경쟁사에 전달한 사건입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 E은 2015년 3월 19일 피해회사의 '수주관리' 파일을 경쟁사 대표이사에게 이메일로 송부했고, 이후 여러 영업 관련 파일을 추가로 보냈습니다. 피고인 G는 2015년 12월 31일 퇴사하면서 'LH공사현장리스트' 파일을 개인용 USB에 저장하여 무단 반출했습니다. 피고인 H은 2015년 8월 17일 피해회사의 연구소 개발 회의 자료를, 2016년 1월 6일에는 '견적리스트' 파일을 E에게 이메일로 송부했습니다. 이 외에도 피고인 A, C, D는 피해회사 재직 중 또는 퇴사 후 피해회사의 연구개발계획, 설계 도면, 제품 도면 등 다수의 자료를 개인 저장매체에 복사하거나 경쟁사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해회사는 이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소하였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핵심 쟁점

1. 유출된 자료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유출된 자료가 형법상 '업무상배임'의 대상이 되는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3. 각 피고인들의 자료 유출 행위에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4. 법인 F, B이 직원들의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E, G, H은 각 징역 6개월에 처하되,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피고인 A, C, D, 주식회사 F, 주식회사 B 및 피고인 E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5. 3. 19.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의 점과 업무상배임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의 점과 업무상배임의 점은 각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E에 대한 2015. 3. 19.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의 점은 유죄로 인정된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고, 업무상배임의 점은 포괄일죄 관계에 있어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H에 대한 각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의 점은 유죄로 인정된 판시 범죄사실 제3항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출된 정보의 법적 성격을 엄격히 구분하여 판단했습니다.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비밀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회사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비밀을 유지·관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피해회사의 관리 미흡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는 대부분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반면,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 자산'을 무단으로 반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여 E, G, H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단순히 정보의 가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비밀 유지 관리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퇴직 직원들의 회사 자료 무단 반출은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업무상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배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처벌받습니다.
   • 적용: 법원은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예: 수주관리 파일, LH공사 현장 리스트, 견적 리스트 등)을 무단 반출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 E, G, H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합니다.
   • 적용: 법원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로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고 접근 대상이나 방법을 제한하는 등 객관적인 비밀 관리 노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 이 사건에서는 피해회사가 파일에 비밀 등급 표시를 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 사용을 허용하며, 퇴사 시 자료 삭제 확인 절차가 없는 등 비밀 유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대부분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3. 형법 제37조 (경합범)​: 여러 죄가 경합하는 경우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적용: 피고인 H의 경우 여러 업무상배임 혐의가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가중 처벌되었습니다.
4.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형 등을 선고할 경우,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적용: 피고인 E, G, H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초범이고 피해 규모가 막대하지 않다는 점 등이 참작되어 2년간 형의 집행이 유예되었습니다.
5.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합니다.
   • 적용: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는 증명이 부족한 혐의, 또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정보 보안 시스템 강화 및 구체적 비밀 유지 관리: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 외에, 회사가 '상당한 노력'을 통해 비밀로 유지·관리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문서에 '대외비', '기밀' 등의 명확한 표시를 하고, 접근 권한을 제한하며, 정보 접근자에게 비밀 준수 의무를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 사내 그룹웨어나 보안 시스템을 통해 문서 열람 권한을 엄격히 설정하고, 부팅 암호 및 화면보호기 암호 설정 등을 의무화하는 등 기술적, 물리적 보안 조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2. 퇴사자 관리 절차 명확화: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개인 이메일, 개인 저장매체 등에 보관된 회사 자료를 삭제하도록 명확히 지시하고,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 서약서 작성 시 일반적,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어떤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위반 시 어떠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3. '영업상 주요 자산' 보호: 비록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회사가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 제작했고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료(예: 고객 리스트, 수주 내역, 견적 단가 등)는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간주되어 무단 반출 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4. 내부 고발 채널 및 정책 마련: 직원들의 불만이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외부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회사 내부에 건전한 소통 채널과 불만 처리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