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구소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인정 판결

D 주식회사의 E연구소에서 상용시제차량 정비 업무를 수행하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 B, C 세 명이 실질적으로 D 주식회사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하여, 이들의 D 주식회사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형식상 협력업체 소속이었으나, D 주식회사의 K팀 연구원들이 정비 업무에 필요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작업 순서와 방법을 지정하는 등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D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과 공동으로 설비를 사용하고 핵심 업무에 긴밀하게 연관되어 근무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여 도급 계약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원고들이 2년을 초과하여 근무했으므로 D 주식회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D 주식회사는 원고들에게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된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C: D 주식회사의 E연구소에서 상용시제차량의 내구주행시험 정비 업무를 담당하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 피고 D 주식회사: 자동차 및 부품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E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며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들과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 D 주식회사는 1996년경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인 'E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해 왔습니다. E연구소에서는 상용차 개발을 위한 시제차량의 성능 및 내구성 평가를 위해 내구주행시험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차량의 점검·정비와 같은 전반적인 차량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D 주식회사는 2003년경부터 L 주식회사 등 여러 협력업체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E연구소의 상용시제차량 내구주행시험 업무 및 정비·점검 업무(이 사건 정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 A, B, C은 2003년과 2004년에 L 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협력업체 변경 시 고용이 승계되어 주식회사 O 소속으로 E연구소에서 내구시험용 상용시제차량의 정비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협력업체 소속이었으나, 실제로는 피고 D 주식회사의 K팀 연구원들로부터 구체적인 작업 방법, 사양 변경, 볼트 조임 강도 등 세부적인 내용이 기재된 작업발주서를 받아 정비를 수행하고, 파손된 부품 교체 전 사진 촬영이나 부품 처리 방법을 지시받는 등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은 D 주식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공용 정비장비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업무상 필요에 따라 작업 순서를 지정받는 등 D 주식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근무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자신들이 D 주식회사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과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D 주식회사는 협력업체와의 계약이 정당한 도급 계약이며, 원고들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이므로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다퉜습니다.

핵심 쟁점

D 주식회사의 E연구소에서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원고들이 형식적인 도급 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D 주식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불법 파견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 및 이에 따라 D 주식회사의 근로자 지위 확인과 미지급 임금 지급 청구가 정당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D 주식회사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피고 D 주식회사는 원고 A에게 56,867,134원, 원고 B에게 56,261,943원, 원고 C에게 55,014,57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B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D 주식회사가 협력업체와의 도급 계약 형식을 빌려 근로자를 사용했더라도, 실제 업무 지휘·명령 관계나 작업의 실질을 따져볼 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구 파견법)이 적용되는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그 결과,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원고들은 파견법에 따라 D 주식회사의 정식 근로자로 간주되었고, D 주식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 조건에 따라 계산된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형식적인 계약 내용보다는 실제 근로 관계의 실질을 중요하게 판단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권익을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과 관련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및 고용 간주 효과: 구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허가받지 않은 파견사업주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거나,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D 주식회사의 E연구소에 파견되어 2년을 초과하여 근무했음을 인정하여, D 주식회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근로자파견 관계 판단 기준: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하는지 판단합니다. 주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제3자(사용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수행 자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D 주식회사가 원고들에게 작업발주서 등을 통해 작업 내용, 방법, 사양 변경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작업 우선순위나 청소 등까지 지시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2. 사용사업주 사업으로의 편입: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정비 업무가 신차 연구·개발이라는 피고 D 주식회사의 핵심 업무에 필수적이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과 공용 장비를 사용하며 함께 작업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3.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원고용주(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 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에서 협력업체는 근로자 선발권한이 있었으나 고용 승계가 대부분이었고, 작업배치권도 피고의 구체적 지시로 인해 재량의 의미가 적었으며, 팀장의 관리 감독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4.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및 구별 여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전문성·기술성이 있는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정비 업무가 피고의 지시 없이는 독자적으로 수행할 전문성·기술성이 높지 않으며,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도 유사한 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5.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 조직 및 설비: 원고용주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D 주식회사가 제반 설비와 기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협력업체가 고유 자본이나 기술 투입 없이 피고 업무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독립적 사업장이 없었던 점이 중요하게 판단되었습니다.

• 고용 간주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구 파견법은 고용 간주 시 적용될 근로조건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법원은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 및 복지 증진이라는 입법 취지에 따라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와 동일한 근로조건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피고 D 주식회사의 기술직 근로자들과 실질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담당했다고 보아,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 상당액에서 원고들이 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액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계약 형태가 '도급'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근로 관계의 실질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여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여 본인의 상황을 점검해 보세요.

• 누가 업무 지시를 내리는가: 직접적으로 업무 내용, 방법, 순서, 작업량, 작업 시간 등을 지시하는 주체가 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인가요 아니면 실제 업무를 제공받는 사용사업주인가요? 사용사업주의 관리자나 정규직 직원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이를 협력업체 관리자가 단순히 전달하는 형태라면 불법 파견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가: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사용사업주의 핵심 사업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인가요? 사용사업주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같은 작업 공간에서 함께 일하고, 사용사업주의 설비와 장비를 공유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 협력업체의 독립성이 충분한가: 협력업체가 작업에 필요한 근로자의 수, 선발, 교육, 훈련, 근무 태도 점검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협력업체가 고유의 기술력이나 자본 없이 주로 인력 공급에만 의존하며, 사용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면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재량권의 유무: 본인이 맡은 업무에 있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얼마나 주어지는가요? 경미한 사항 외에 중대한 문제 발생 시 사용사업주에게 보고하고 그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면, 이는 근로자의 재량권이 제한되고 사용사업주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근무 기간 확인: 만약 불법 파견으로 인정된다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용사업주 사업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했을 경우 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근무 시작일을 정확히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