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A는 천식 병력이 있는 상태에서 종아리, 팔, 어깨, 손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양쪽 상하지 마비, 보행불능,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악화되어 결국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진단받았습니다. 환자 측은 병원 마취과 전문의가 부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지연하여 병을 악화시켰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사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환자 A는 2012년 5월 16일 H병원에 입원하여 양측 종아리, 팔, 어깨, 손 통증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입원 중 통증과 마비 증상이 악화되었고 특히 5월 23일에는 다리 허약, 보행불능, 호흡곤란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날 내과 협진이 이루어졌고 다음 날인 5월 24일 전남대학교 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이후 전남대학교 병원을 거쳐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2012년 6월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으로 최종 확진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 A는 현재 양측 상하지의 심각한 근력 상실 상태에 처했습니다. 환자 측은 H병원의 마취과 전문의가 부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 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급 병원 전원 조치를 지연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약 5억 4천3백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마취과 전문의가 처방한 약물들이 환자 A의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가 피고 마취과 전문의가 환자 A의 증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내과 협진 또는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를 지연하여 진료상 과실이 있었는가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환자 A가 피고 병원에 내원할 당시 이미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의 증상이 시작되어 악화되고 있었고 피고 병원에서 투여한 약물들과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 발생 또는 악화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은 매우 희귀하고 진단이 어려운 질환으로 대학병원에서도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았던 점,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자의퇴원하기도 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 의사가 협진 및 전원 조치를 지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 과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다루는 고도의 전문직역이므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병력, 진료 당시의 의료수준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의사가 희귀 질환인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을 진단하지 못하고 전원 조치가 늦어진 것에 대해 과실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은 이 질환이 진단이 매우 어렵고 다른 상급 병원에서도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의료진에게 일반적인 수준에서 최선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피용자)을 사용하여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피용자의 잘못으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일을 시킨 사람(사용자)도 피용자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 E(병원 운영자)에게 피고 F(마취과 전문의)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물었으나 피용자인 피고 F의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사용자 책임 또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희귀 질환은 초기 진단이 매우 어렵고 증상이 비특이적일 수 있어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단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천식 등 기존 병력이 있는 환자가 비정상적인 통증, 마비, 전신 증상을 겪을 경우 일반적인 질환으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희귀 질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정밀 검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급성으로 신경계 증상(마비,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나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될 경우 즉시 상급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신경과 또는 관련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이 다른 전문의와의 협진이나 상급 병원 전원을 권유할 경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진료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사례와 같은 처그-스트라우스 증후군은 천식이나 폐질환이 선행하는 전신적 혈관염으로 혈액 검사에서 호산구 증가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면역 치료(스테로이드 등)를 필요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