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인한 용역비 및 대여금 지급 판결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피고 추진위원회)와 정비사업 전문관리 용역계약을 맺고 용역 업무를 수행하며 운영비를 대여한 주식회사 A(원고)가, 14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자 계약을 해지하고 미지급 용역비와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사업의 장기적인 진척 부진을 이유로 원고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며, 용역비와 대여금 지급 시기를 정한 계약 조항을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하여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연대보증인들에 대해서는 계약상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용역비를 20% 감액하였고,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에게는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인정하여 피고들에게 원고에게 총 7억 290만 3,926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재건축정비사업의 전문 관리 용역을 수행하고 추진위원회에 자금을 대여한 업체
• B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피고 추진위원회): 서울 용산구 P 일대 주택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단체
• C, D, F, G, H, I, J (피고 연대보증인들): 피고 추진위원회의 재건축정비사업 전문관리 용역계약 채무를 연대보증한 당시 임원들
• E, K, L, M (피고 연대보증인 상속인들): 사망한 연대보증인 N의 상속인들로, N의 보증채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

분쟁 상황

피고 추진위원회는 2007년 설립 승인을 받고 같은 해 원고와 재건축정비사업 전문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원고는 추진위원회에 사업 운영비를 대여하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정비사업은 2007년부터 14년 이상 지난 2023년까지도 정비구역 지정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등 거의 진척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계획지침도 실효되는 등 사업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이에 원고는 사업을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2023년 6월 이 사건 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미지급 용역비와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의 해지가 부당하며 연대보증채무가 소멸했거나 용역비가 감액되어야 하고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특히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책임 범위의 제한을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재건축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계약이 사업 지연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해지 시 미지급 용역비와 대여금의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와 이행기 도래 여부를 판단할 때 불확정기한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대보증인의 임원직 사임이 보증채무 소멸 사유가 되는지, 계약상 업무 미이행을 이유로 용역비 감액이 가능한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그리고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B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원고에게 702,903,926원 및 이에 대하여 2025년 2월 2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2. 피고 추진위원회와 연대하여 용역비 152,003,926원 중, 가. 피고 J는 152,003,926원 및 이에 대하여 2025년 2월 2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나. 피고 C, D, F, G, H, I는 20% 감액된 121,603,140원 및 이에 대하여 2025년 2월 28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5월 2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다. 피고 E는 50,667,975원(망 N의 상속분 3/9), 피고 K, L, M는 각각 33,778,650원(망 N의 상속분 각 2/9) 및 이자(피고 C 등과 동일한 비율)를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피고 L은 망 N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은 각 피고의 책임 범위에 따라 분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장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용역업체의 계약 해지를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금 지급 기한이 불확정한 경우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않으면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보아 용역비와 대여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연대보증인의 보증채무는 임원직 상실만으로는 소멸하지 않으나, 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용역비가 감액되었고, 한정승인 상속인의 책임은 상속재산 범위 내로 제한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장기 미진행 정비사업에서 용역업체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계약 내용과 상속 관련 법리를 상세하게 적용한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689조 제1항 (위임의 해지)​: 위임계약은 당사자 각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계약의 성격상 위임계약에 해당하며, 장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원고가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 민법 제686조 제2항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위임이 종료된 경우, 보수를 약정한 기간으로 정하였다면 위임이 종료될 때까지 이행기가 도래한 부분에 해당하는 약정 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은 사업 진행 단계별로 보수를 정한 것이므로, 계약 해지 시점까지 이행기가 도래한 용역비에 대해 원고가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불확정기한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01702 판결 등)​: 법률행위의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될 때에도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이를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채무 변제자의 성의나 노력에 주로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 사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으면 이행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용역비 및 대여금의 지급 시기를 '시공사 선정 또는 금융기관 자금 조달 시' 등으로 정한 것은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상황에서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4. 연대보증채무의 존속: 연대보증인의 직위 상실이 보증채무 소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으며, 계약서에 명시된 보증인 교체 절차를 이행해야만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5. 한정승인 (민법 제1028조)​: 상속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피고 L의 경우, 특별한정승인 심판을 통해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장기 미진행 정비사업 계약: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장기간 별다른 진척 없이 표류하고 있다면, 용역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사업 완성 가능성이 없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와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해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2. 불확정기한의 해석: 계약서에 대금 지급 시기가 '시공사 선정'이나 '금융기관 자금 조달' 등 불확실한 사건의 발생을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이는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만약 채무를 변제하는 측의 노력에 따라 좌우되는 일이고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고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연대보증인의 책임: 연대보증인이 특정 직위(예: 추진위원)를 이유로 보증을 섰더라도, 해당 직위를 상실했다고 해서 보증채무가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보증인 교체 절차가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보증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4. 계약상 의무 불이행과 감액: 용역 계약서에 용역업체가 특정 업무(예: 토지 개별등기율 달성)를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과 함께 불이행 시 용역비 감액 조항이 있다면, 실제로 해당 업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용역비가 감액될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명시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상속 채무와 한정승인: 사망한 채무자의 채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다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습니다. 상속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상속 개시 후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