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학교법인 D의 산하기관인 C의료원에서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피고 B 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원고 A 노동조합)에게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문제입니다.
원고 A 노동조합은 피고 B 노동조합이 자신들에게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고,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 1, 2, 3심에서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에 합의하지 않아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연 1,272시간의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배분하고,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무형의 손해에 대해 위자료 7,0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C의료원에는 2017년 3월 원고 A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부터 피고 B 노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5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피고 B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고, 2017년 8월 C의료원과 피고는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단체협약은 총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연 14,000시간으로 정했지만, 각 노동조합에 배분할 특정 시간은 노조 간 협의를 통해 정하도록 했습니다.
원고 설립 이전부터 피고는 법령상 최대 한도인 연 14,000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고, 원고 설립 후에도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에 대한 협의는 4차례 진행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년 1월, 피고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했고,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대법원까지 피고의 불복은 모두 기각되어 공정대표의무 위반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피고는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에 합의하지 못했고, 피고는 계속 연 14,000시간을 사용하며 원고에게는 어떠한 시간도 배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법원에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복수노조 상황에서 소수노조에게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그 배분 기준과, 이를 위반했을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이번 판결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소수노조에 대해 가지는 '공정대표의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단체협약에 근로시간 면제 시간의 총량만 명시되고 노동조합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소수노조는 법원에 특정 시간의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이를 잠정적으로 결정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해 소수노조가 입은 무형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수노조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과 '민사집행법'의 관련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교섭창구 단일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위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절차를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권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집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 과정에서 참여하지 못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이 의무는 단체협약의 이행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 노동조합이 원고 A 노동조합에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배분하지 않은 것이 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4조 제2항, 제4항 (노조전임자 및 근로시간 면제):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조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근로시간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근로자는 고시된 한도 내에서 임금 손실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는 사업장별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이 판결은 조합원 수를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의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 법원이 특정 의사를 진술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 자체로 해당 의사를 진술한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피고에게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을 명하는 것은 이러한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에 해당합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특정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합리적인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법원은 노동조합 간의 협의가 장기간 결렬되어 소수노조의 활동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하는 것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특정 노조에게만 배분하거나, 다른 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법으로 정해진 '공정대표의무'에 해당합니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 면제 시간의 총량만 정하고 구체적인 배분 방식을 노동조합 간의 합의에 맡겼을 경우, 장기간 협상이 결렬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독점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수노조는 법원에 근로시간 면제 시간 배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하여 근로시간 면제 시간을 잠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으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무형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수노조의 조합원 수가 증가하거나 사용자가 공가(공식 휴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시간 면제 시간의 배분은 노조 활동 보장을 위한 중요한 권리입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 활동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이행 과정에서도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소수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