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건설 현장에서 기계(소방)장비설치 공사를 재하도급받아 수행한 원고가 피고 회사의 일용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22년 3월 10일경 H건설 주식회사로부터 자율주택 신축공사 중 기계설비공사를 하도급받았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기계(소방)장비설치공사 등을 계약금액 174,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에 재하도급 주었습니다. 원고는 2022년 7월 1일부터 2023년 1월 31일까지 피고에 고용된 배관공(일용근로자)으로 근무하다 퇴직했으나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의 임금 합계 17,472,000원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이 금액과 2023년 2월 1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혹은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해야 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미지급 임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상의 없이 직접 근로자 수와 임금 수준을 정하고 업무 지시 및 감독을 수행했으며 스스로 일용노무비 명세서를 보내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직접 지급하게 한 점 등이 근로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업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와 무등록 도급계약을 맺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도 원고가 독립된 계약자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보아 여러 보호 규정을 적용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는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근로자 수와 임금 수준을 스스로 정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 지시와 감독을 직접 수행한 점, 일용노무비 명세서를 피고에게 보내면 피고가 이를 기초로 근로자들에게 노무비를 직접 지급한 점 등을 들어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재하도급 계약을 이행했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피고가 건설업면허가 없는 무등록자인 원고와 도급계약을 맺은 위반 사실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도 원고가 독립된 계약 주체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했습니다.
건설 현장 등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 자신이 '근로자'인지 '독립적인 사업자'인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지정되며, 독립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다고 보기 어려운 등의 종속적인 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계약서의 형식(고용계약서 또는 도급계약서)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스로 근로자의 고용, 임금 결정, 업무 지시 및 감독 등을 수행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금 지급 형태나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도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