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임시총회 개최 금지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조합 이사 중 한 명이 조합장의 직무대행자로서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임시총회 개최를 공고했는데, 조합원들은 이 총회 개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시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E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서울 강서구 H 일대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입니다. 조합 이사 I는 조합장의 직무대행자로서 2018년 5월 14일 임시총회 개최를 공고했고 이후 개최일자를 6월 14일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조합원 A, B, C, D는 이 임시총회 개최가 정관 및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임시총회의 제1호 안건 발의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정당한 요청에 의한 것인지 여부와, 직무대행자인 이사 I에게 임기 만료 후에도 이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개최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E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2018년 6월 14일 오후 2시에 서울 강서구 F에 있는 G호텔에서 별지 목록에 기재된 각 안건으로 개최 예정인 임시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습니다. 또한 집행관에게 위 명령의 취지를 적절한 방법으로 공시하도록 했으며 소송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임시총회 개최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처분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되고, 총회가 그대로 개최될 경우 조합 업무에 혼란이나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보전의 필요성(가처분을 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제1호 안건의 경우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총회 개최를 요구했다는 충분한 증거(발의자 명단 및 발의서)가 제출되지 않아 정당한 발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직무대행자 I의 총회 소집 권한에 대해서는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의 업무수행권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며, 모든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는 법리를 적용하여 이 사건 총회 소집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재건축주택조합과 같은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대표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의 업무수행권에 대한 민법 제691조 유추 적용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이 법리는 임기 만료된 대표자라도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조합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수행권이 인정될 수 있으나, 이는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개별적·구체적으로 인정되는 것이지 포괄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이 사건 정관 제20조 제4항 제1호 및 제15조 제5항) 규정이 총회 안건 발의 및 임원의 직무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조합 등 단체에서 임시총회 소집이나 안건 발의를 추진할 때에는 정관과 관련 법령에 명시된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조합원 일정 비율 이상의 발의를 요하는 경우, 모든 발의자의 서명이나 동의서 등 명확한 증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임기가 만료된 임원이나 직무대행자가 총회를 소집하는 경우, 그 권한은 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는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됩니다. 통상적인 임시총회 개최는 이러한 급박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임기 만료된 임원이 총회를 소집할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정식 임원을 선출한 후 총회를 개최하거나, 불가피하게 직무대행자가 소집해야 한다면 그 필요성을 명확히 하고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하자는 총회 결의의 효력 무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