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구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된 벌점이 회사 분할 및 흡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회사에 승계될 수 있는지 여부와, 이러한 벌점 누적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 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또한 과거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 벌점은 공법상 지위 내지 의무·책임이 구체화된 것으로 회사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승계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구 C 주식회사는 2014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수급사업자들에게 서면 지연 발급, 하도급대금 미지급,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미지급, 부당한 특약 설정 등 여러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구 C에 대해 2건의 시정명령, 1건의 경고, 3건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했고, 이와 관련하여 총 11.75점의 벌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구 C는 벌점 경감 사유를 적용받아 최종 누산점수가 10.75점이 되었고, 이는 하도급법 시행령상 입찰참가자격 제한(5점) 및 영업정지(10점) 요청 기준을 초과하는 점수였습니다. 구 C는 2017년 9월 상호를 E 주식회사로 변경한 후 2017년 10월 분할을 통해 F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구 C의 대부분 사업 부문과 관련된 공법상 의무가 F에 승계되었습니다. 이후 원고 A 주식회사가 F를 흡수합병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8월, 원고 A 주식회사가 구 C의 벌점을 승계했다고 판단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A 주식회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영업정지를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원고 A 주식회사는 구 C에 부과된 벌점이 사실행위에 불과하며 일신전속적인 것이므로 자신에게 승계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 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이 적법하며, 원고 A 주식회사가 구 C 주식회사의 하도급법 위반 벌점을 승계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은 장차 사업자에게 법률상 불이익을 초래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구 C 주식회사에 부과된 하도급법 위반 벌점은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처분에 따르는 부수적인 법적 효과이자, 벌점 합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령상 의무로 규정된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등의 법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구 C의 분할 계획서 내용과 실질적인 사업 승계 관계를 고려할 때, 벌점 부과는 공법상 의무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에 해당하므로, 분할신설회사인 F를 거쳐 원고 A 주식회사에 승계된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만약 회사분할을 이유로 벌점 승계가 부정된다면, 벌점 부과 제도의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 판례에서 주요하게 적용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법) 제26조 제2항 (현행 법 제25조의3 제1항과 유사):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이 벌점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판례는 이러한 벌점 부과가 법령에 따라 정형적으로 이루어지며, 일정 기준 초과 시 관계 기관에 요청할 의무가 발생하므로,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공법상 의무 또는 책임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2.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하도급법 시행령) 제17조 제1항, 제2항: 이 조항들은 벌점의 부과 기준과 누산점수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또는 영업정지 요청 기준(각각 5점, 10점)을 초과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구 C의 누산점수 10.75점은 이 기준을 초과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었습니다.
3. 상법 제530조의9 제1항, 제2항 및 제530조의10 (회사분할 관련 채무승계): 상법은 회사 분할 시 신설회사와 존속회사가 분할 전 회사의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1항). 다만, 특별 의결을 통해 신설회사가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 부담하도록 정할 수 있는 예외도 있습니다 (제2항). 또한, 분할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된다고 규정합니다 (제530조의10). 판례는 구 C의 분할계획서 내용(분할대상 사업 부문에 관한 공법상 권리·의무 및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는 분할신설회사에 귀속)을 근거로, 하도급법 위반 벌점이라는 공법상 의무 또는 법적 효과 역시 분할신설회사인 F를 거쳐 원고에게 승계된다고 판단했습니다.
4.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1항, 제2항 (환송판결의 기속력): 상고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환송받은 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됩니다. 본 사건의 재판부는 대법원의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벌점 승계에 대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5. 행정처분 개념 및 항고소송의 대상: 판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이 후속 처분으로 인해 사업자에게 법률상 불이익을 초래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적인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행정청의 내부 행위라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법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회사를 분할하거나 합병하는 경우, 과거 회사의 법 위반 행위로 인한 행정적 제재나 의무가 새로운 회사에 승계될 수 있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한 벌점과 같이 특정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누적 제도는 단순히 사실행위로 끝나지 않고, 회사의 공법상 지위와 책임의 일부로 간주되어 승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구조를 변경할 때에는 기존 회사의 법적 준수 현황과 잠재적 위험(벌점, 과징금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분할계획서나 합병계약서에 이러한 의무 승계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점 누적 등으로 인한 불이익 처분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회사 분할 등은 벌점 제도의 실효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새로운 회사에도 기존 벌점의 효과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특정 ‘요청’ 결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사후적으로 다투는 것보다 해당 요청 결정 자체를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조기에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