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이 사건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던 원고들이 조합을 탈퇴하면서 납입했던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피고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들은 이사회 의결에 따른 환불 약정, 총회 의결에 따른 조건부 환불, 또는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을 주장하며 납입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일부 청구를 인정하여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각각 149,550,000원과 6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조합이 항소하여 2심 법원은 이사회 의결에 따른 환불 약정은 주택법 및 조합규약상 총회 의결 사항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총회 의결로 정한 조건부 환불 약정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그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지연만으로는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 해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2심 법원은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와 B는 F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여 분담금을 납입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하고, 2020년 7월경 조합 이사회 의결에 따라 위약금 없이 납입금을 환불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사회는 신규 조합원 모집에 따른 분담금 납부 일정에 맞춰 환불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조합 총회에서는 2020년 7월 중 탈퇴 조합원에게 '현 심각하게 적자 상태에 있는 조합 사업수지가 정상화되어 환불이 가능한 시점(PF대출 등 시기)'에 납입금을 환불해 주기로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환불이 지연되자 원고들은 납입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사회 의결에 따른 환불 약정의 효력을 주장하며 납입금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고, 총회 의결에 따른 조건부 환불의 경우 그 이행기가 도래했거나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 조합의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계약의 이행불능 또는 현저한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지역주택조합 이사회에서 위약금 없는 납입금 환불을 결정한 약정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특히 주택법과 조합규약상 총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을 이사회가 결정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었습니다. 둘째, 조합 총회에서 '사업수지 정상화 및 PF대출 등 환불 가능 시점'에 납입금을 반환하기로 한 조건의 이행기가 실제로 도래했는지, 또는 그 조건이 실현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장기간 사업 지연으로 인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졌거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계약을 해제하고 납입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 및 이 법원에서 추가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사회 의결에 따라 조합탈퇴 및 위약금 없는 납입금 환불 약정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및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에 따라 '예산 외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하여 반드시 지역주택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총회 의결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이며, 설령 탈퇴 부분만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환급 범위와 시기가 조합규약과 달라 전체가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총회 의결에 따른 조건부 환불 약정의 이행기 도래를 주장했지만, 조합의 사업수지가 정상화되고 PF대출이 가능한 시점이 도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업 지연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고 조합이 사업 추진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진행의 어려움만으로는 계약의 이행불능이나 현저한 사정 변경에 따른 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및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 이 법령들은 지역주택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 중 하나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사회 의결로 이루어진 '위약금 없는 납입금 전액 환불' 약정은 예산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으로 보아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총회 의결 없이 이루어진 이러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2.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의 일부 무효):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전부를 무효로 하지만, 무효 부분이 없었더라도 해당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유효로 남을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조합 이사회가 환급 범위와 시기까지 함께 고려하여 조합 탈퇴를 승인한 것이므로, 환급 조건 부분이 무효일 경우 조합 탈퇴 부분만 따로 유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조합이 환급 조건을 제외하고서도 조합 탈퇴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가정적 의사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3. 지역주택조합 조합규약 제12조 제4항: 이 조합규약은 탈퇴 조합원에게 '납입한 납입금에서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공동분담금 등을 공제한 잔액'을 환급 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총회 의결로 공제할 공동분담금 및 환급 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사회 의결은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하고 환불 시기를 '신규 조합원 모집 시'로 정했으므로, 이는 조합규약 제12조 제4항 전단에 배치되고 총회 의결 없이 정해질 수 없는 사항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4. 불확정 기한의 도래 판단 법리: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로 정한 채무는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업수지가 정상화되어 환불이 가능한 시점(PF대출 등 시기)'이 불확정 기한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PF대출이 조만간 실행되기 어렵고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은 인정했지만, 조합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경기 변동 시 개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행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5. 계약 이행불능 및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 법리: 계약의 해제는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해졌거나, 계약의 기초가 되는 사정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한 변화를 겪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장기간 사업 지연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것만으로 피고 조합의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졌거나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 시에는 계약서 내용과 조합규약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탈퇴 조건, 납입금 환불 범위(위약금 포함 여부) 및 시기에 대한 규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조합의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도, 주택법과 조합규약상 총회 의결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인 경우 그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산 외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 의결이 필수적입니다. 불확정한 사실의 발생을 조건으로 하는 환불 약정의 경우, 그 조건이 실현되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한 시점이 명확히 도래해야만 환불 청구가 가능합니다. 단순히 사업 지연이나 자금 조달의 어려움만으로는 이행 불가능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토지매입, 자금 조달, 건설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지연될 위험이 크므로, 가입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이 지연된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 해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법원에서 인정하는 '이행불능' 또는 '현저한 사정변경' 요건을 충족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