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출혈 사망으로 인한 의사 설명의무 위반 위자료 지급 판결

출산 후 산후출혈로 사망한 산모의 유족들이 담당 의사를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의사가 자궁수축제 과다 투여, 자궁경부 열상 진단 및 처치 미흡, 바크리 시술 부적절 감행, 시술 후 경과관찰 및 전원 조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료상 과실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의사의 대부분의 의료행위 자체에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바크리 시술의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의사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사망한 산모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을 대위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유족에게 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산모의 남편이자 미성년 자녀들(원고 B, C)의 법정대리인
• 원고 B, C: 사망한 산모의 미성년 자녀들
• 원고 A의 승계참가인 국민연금공단: 사망한 산모의 남편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 기관
• 피고 D: 산모의 분만 및 치료를 담당한 의사

분쟁 상황

산모는 유도분만으로 출산한 후 산후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의사는 산후출혈에 대응하기 위해 자궁경부 열상을 봉합하고, 이후 바크리 풍선 시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산모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상급병원으로 전원된 후 자궁파열이 확인되었으며, 결국 산후출혈로 인한 파종성혈관내응고(DIC)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산모의 유족들은 담당 의사의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의사가 분만 후 산후출혈 과정에서 자궁수축제 과다 투여, 자궁경부 열상 진단 및 처치 소홀, 바크리 시술의 부적절한 감행 및 시술 후 경과관찰 및 전원 조치 의무 위반 등의 의료상 과실을 저질렀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바크리 시술의 부작용 및 상급병원 전원 필요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이러한 과실들이 산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연금을 지급한 것을 바탕으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변경했습니다.

1. 의료행위 자체의 과실: 피고 의사가 자궁수축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자궁경부 열상을 진단하고 처치하는 과정에서 소홀함이 있었거나, 바크리 시술이 부적절하게 행해졌거나, 시술 후 경과관찰 및 전원 조치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의사의 조치가 당시 의료 수준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2. 설명의무 위반: 피고 의사가 바크리 시술을 시행하기 전, 시술의 특성상 풍선 압력으로 인한 열상 확대나 자궁 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손해배상 범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자궁파열 및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환자가 시술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에 한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망인에 대한 위자료 20,000,000원을 인정하고, 이를 남편 A에게 8,571,428원, 두 미성년 자녀 B와 C에게 각 5,714,285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18년 8월 20일부터 2024년 12월 5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4. 국민연금공단 청구: 원고 A에게 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연금을 지급했더라도 피고에게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일부 변경하여, 피고 의사의 산모 치료 과정에서의 대부분의 의료상 과실 주장은 기각하였으나, 바크리 시술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유족들에게 총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유족연금 대위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의사가 진찰이나 치료 등 의료 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규정합니다.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발생시킵니다. 법원은 의료행위 당시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
2. 민법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를 규정하나, 본 사건에서는 주로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손해의 범위가 논의되었습니다.
3. 설명의무 위반 법리: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 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 행위를 할 때,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위자료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부작용이나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해당 치료 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위험인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됩니다.
4.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구상권 등)​: 국민연금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여 연금을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대위 취득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연금 지급 사유와 동일한 성질(예: 일실수입 손해)을 가지고 그 대상 기간도 일치해야 하므로, 유족에게 일실수입 손해가 인정되지 않으면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권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 행위에 대한 동의 시에는 시술의 모든 과정뿐만 아니라 예상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관련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의료 행위 자체에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설명의무 위반은 별개의 손해배상 책임(주로 위자료)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의료 과실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의사의 과실과 환자의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의료 기록, 감정 결과 등 객관적인 자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 부조를 통해 급여를 받은 경우, 해당 기관이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는 피해자에게 인정된 손해배상 범위(특히 재산상 손해)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위자료만 인정된 경우에는 구상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