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가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 수면유도제 복용 및 음주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했다는 혐의(준강간)로 기소되었으나, 원심법원과 항소심 법원 모두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낮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준강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는 피고인이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속여 교제를 시작하는 등 복잡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기혼 사실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2019년 6월까지 성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이 사건은 2019년 7월 12일 모텔에서 발생했는데, 피해자는 성관계 직전 필로폰 투약, 수면유도제 복용 및 음주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이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고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신빙성에 여러 의문을 제기하며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필로폰 투약, 수면유도제 복용, 음주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 A가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지하고 간음행위를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즉,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가 주된 다툼이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검사가 주장하는 준강간 혐의에 대해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①피고인에 대한 허위 진술 동기가 있을 수 있고, ②성관계 전후 상태에 대한 진술 번복, ③수면유도제 구매 경위에 대한 비합리적 설명, ④피해 발생 시점 혼동 등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많아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언니나 지인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의심되는 피해자 진술에 기초한 것이며, 성관계 이후의 정황(병원 이송 시점, 고소 시점, 피고인의 즉각적인 부인)도 피해자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법원 또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원심의 판단에 더하여, ①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에도 필로폰 투약 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점, ②피해자가 복용했다고 주장하는 알약의 성분 및 용량이 불분명하여 믿기 어려운 점, ③피해자의 평소 주량에 비추어 마신 술만으로는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피고인 A는 준강간 혐의에 대해 원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검사의 항소가 기각됨으로써 무죄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 수면유도제 복용, 음주로 인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간음했다고 주장하여 이 조항에 따라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부족과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이 조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법원은 항소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항소심에서 검사나 피고인의 항소 주장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다는 원칙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원심의 무죄 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 없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이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및 증거재판주의: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됩니다. 또한,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증거에 의해 범죄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불분명하고 모순되는 부분이 많아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제출된 다른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음을 보여줍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유죄를 입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만약 피해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되거나, 진술 동기가 의심될 경우, 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항거불능' 상태는 단순히 술에 취하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를 넘어서,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스스로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의 상태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평소 주량이나 약물 내성, 사건 전후의 행동 등이 항거불능 상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사건 발생 직후의 대응, 예를 들어 병원 치료 여부, 지인에게 알린 시점, 고소 시점, 가해자와의 대화 내용 등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시간 흐름에 따라 정확히 기억하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복잡하거나 갈등이 있는 관계 역시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건 경위 설명 시 이러한 관계적 맥락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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