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D와 E 부부가 자녀인 A와 B가 주주로 있는 회사 C에 수년간 무상으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세무서에서는 이 무상 대여금으로 인해 C회사가 얻은 이자 상당의 이익 중 A와 B의 주식 지분만큼을 이들에게 증여된 것으로 보고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A와 B는 증여세 부과의 근거가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조항이 대법원에서 이미 무효라고 판단되었으므로 증여세 부과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세무서가 부과한 증여세 처분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졌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고 증여세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D와 E는 자신들의 자녀인 A와 B가 각각 35%의 주식을 보유한 C 주식회사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수십억 원 상당의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세무서장과 역삼세무서장은 C 회사가 무상 대여로 얻은 이자 상당액 중 A와 B의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아 A에게 17억 8,942만 1,420원, B에게 17억 3,196만 6,630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부과처분이 무효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정법인(C 주식회사)에 대한 특수관계인의 무상 대여로 인해 발생한 이자 상당 이익을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증여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특히 그 근거가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조항(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미 무효라고 판단한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중요 쟁점이었습니다.
제1심 판결 중 원고들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삼성세무서장이 원고 A에게 한 합계 1,789,421,420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 부과처분과 피고 역삼세무서장이 원고 B에게 한 합계 1,731,966,630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 부과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소송총비용 중 원고 A과 피고 삼성세무서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삼성세무서장이, 원고 B과 피고 역삼세무서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역삼세무서장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세무 당국이 부과한 거액의 증여세 처분이 법적 근거가 되는 시행령 조항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해 무효임을 확인하여 납세자의 권익을 구제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에서 이미 무효로 판단된 법령 조항을 행정청이 계속 적용했을 때, 해당 처분이 당연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구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이 조항은 특수관계인이 특정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는 등 일정한 거래를 함으로써 법인세 부담 없이 주주 등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변칙적인 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익을 얻은 경우'라는 문구가 모호하여 시행령에서 그 범위를 정했습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 이 시행령 조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을 주주가 얻은 이익으로 간주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3년 개정된 이 조항이 모법인 상증세법 제41조의 취지에 반하고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2009년 대법원 판결).
법령의 하자와 당연무효: 과세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려면 그 처분의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 대법원에서 특정 법령 조항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진 상황에서 과세관청이 해당 조항을 적용하여 처분했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한 것으로 보아 처분은 당연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2010년 및 2014년 개정된 시행령 제31조 제6항 역시 2003년 시행령과 동일한 이유로 무효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입법 취지의 변화: 입법자는 2015년 12월 15일 상증세법을 개정하면서 제41조 규정을 삭제하고 동일한 내용으로 제45조의5(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규정을 신설했으며, 2016년 2월 5일 시행령도 제31조 제6항을 삭제하고 제34조의4(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규제)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를 '증여 예시적' 성격에서 '증여 의제' 규정으로 전환하여, 실제 주식 가치 증가가 없음에도 증여세가 과세될 가능성을 방지하고 증여 의제 이익 계산 방법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법 개정 이후에 이루어졌으므로 피고 세무서가 이 개정 취지를 반영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가족 간 또는 특수관계인 사이에 기업에 무상으로 자금을 대여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과세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적법한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특정 법령 조항의 무효를 선언한 경우 설령 입법부에서 관련 법률 조항을 개정했더라도 행정청이 여전히 무효로 판단된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처분을 내렸다면 해당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해 당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법률이 개정되어 이전 규정이 삭제되고 새로운 규정이 신설된 경우 기존 무효화된 법령이 다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세 당국이 기존 무효화된 규정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습니다. 세금 부과처분이 이루어졌을 때 그 처분의 근거 법령이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해 이미 무효로 선언된 바 있다면 해당 처분은 당연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판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