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및 기업 강요 사건 항소심 판결

국가정보원장(피고인 A, D, B)과 기획조정실장(피고인 C) 등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대통령(X), 기획재정부 장관(Y),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Z, AA), 대통령 비서실장(E) 등에게 전달하거나 기업에 보수단체 자금 지원을 강요하고 불법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대부분의 특수활동비 전용 및 횡령 혐의와 강요, 뇌물공여,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일부 뇌물공여 혐의와 대통령 비서실장(E)에 대한 뇌물공여 및 횡령방조/장물취득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전 국정원장 (A, D, B):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특정 정치인이나 단체에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지시하거나 관여한 책임자들입니다.
•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C): 국정원장들의 지시를 받아 특수활동비를 전달하고 기업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실무를 담당한 총괄 책임자입니다.
• 전 대통령 (X):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인물입니다.
• 전 기획재정부 장관 (Y): 국정원 예산 편성과 관련하여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인물입니다.
• 전 청와대 정무수석 (Z), 전 홍보수석 (AA):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은 인물들입니다.
• 전 대통령 비서실장 (E):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인물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들은 국정원장 재직 중이던 2013년 5월경부터 2016년 9월경까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명목으로 매월 5,000만 원에서 1억 원, 총 35억 원 상당을 청와대에 전달했습니다. 일부 국정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억 원을,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에게는 월 300만 원 또는 500만 원씩 총 3,200만 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전달했습니다. 또한 특정 보수단체(HY)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민간 기업(CC)에 강요하여 25억 원 이상을 지원하게 했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BR당)의 공천 관련 여론조사 비용으로 5억 원을 지급하여 정치에 관여한 혐의도 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E)에게도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5,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본래 용도에 맞는지, 국고에 손실을 끼친 것인지, 뇌물 또는 강요에 해당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인지 여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국고등손실죄의 주체가 되는 '회계관계직원'에 국정원장이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국정원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업무상 보관자 지위는 인정하여 업무상 횡령죄 주체는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 특수활동비의 사용 목적 일탈 여부: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대통령, 청와대, 기타 외부 기관 등에 지원된 것이 위법한 사용인지 여부입니다.
3. 불법영득의사 및 국고손실 인식 여부: 피고인들이 특수활동비를 본래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국고에 손실을 입힐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4. 위법성 인식 및 기대가능성: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는지 여부입니다.
5. 뇌물공여/수수 여부: 피고인들이 기획재정부 장관(Y),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Z, AA), 대통령(X), 대통령 비서실장(E) 등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것이 직무 관련 대가성이 있는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6. 강요죄 성립 여부: 국정원장이 기업에 보수단체 자금 지원을 지시한 것이 강요에 해당하는 협박 행위이며 강요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7. 국가정보원법 위반 (정치관여) 여부: 국정원이 특정 정당의 여론조사 비용을 지원한 것이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8. 공동정범 성립 여부: 기획조정실장(C)이 국정원장들과의 공모 관계에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되어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 피고인 A (전 국정원장)​:
  • 유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청와대 특수활동비 6억 원 횡령), 강요 (기업에 보수단체 자금 지원 강요).
  • 형량: 징역 2년.
• 피고인 D (전 국정원장)​:
  • 유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청와대 특수활동비 8억 원 국고손실), 뇌물공여 (기획재정부 장관 Y에게 1억 원 뇌물), 업무상횡령 (청와대 정무/홍보수석 Z, AA에게 활동비 3,200만 원 횡령).
  • 무죄: 청와대 정무/홍보수석 Z, AA 관련 각 뇌물공여.
  • 형량: 징역 2년 6개월.
• 피고인 B (전 국정원장)​:
  • 유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청와대 특수활동비 21억 원 및 여론조사 비용 5억 원 국고손실), 업무상횡령 (대통령 비서실장 E에게 1억 5,000만 원 횡령), 국가정보원법위반 (정치관여).
  • 형량: 징역 2년 6개월, 자격정지 2년.
• 피고인 C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 유죄: 업무상횡령방조 (A 재직 시 4억 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D 재직 시 8억 원 및 B 재직 시 19억 원, 여론조사 비용 5억 원 국고손실), 뇌물공여 (청와대 비서관 AC에게 1,350만 원 뇌물), 업무상횡령 (업무추진비 횡령), 강요.
  • 형량: 징역 2년 6개월.
• 피고인 E (전 대통령 비서실장)​:
  • 무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및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방조, 장물취득.

결론

항소심 법원은 국정원장들이 특수활동비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청와대 및 외부 인사들에게 지원한 행위를 대부분 횡령 또는 국고손실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은 아니지만, 국정원 자금의 업무상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어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더라도 위법성 인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국가 예산의 엄격한 용도 제한과 민주적 통제 원칙을 강조하며, 상명하복 관계에서도 불법적인 지시는 거부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입니다. 대통령 비서실장(E)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형법 제355조 (횡령, 배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국정원장들이 특수활동비의 업무상 보관자 지위에 있었으므로, 이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행위가 횡령죄로 인정되었습니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횡령, 배임 등)​: 횡령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합니다. 국정원장들의 횡령액이 각 6억 원, 8억 원, 21억 원 등으로 고액이어서 이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국고등손실)​: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인식하고 형법상 횡령죄 등을 범한 경우, 손실액이 1억 원 이상일 때 가중처벌합니다. 법원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기획조정실장 C는 국고손실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형법 제129조 (수뢰), 제133조 (뇌물공여)​: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경우 처벌하며, 뇌물을 공여하거나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도 처벌합니다. 국정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억 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뇌물공여죄가 인정되었습니다.
• 형법 제324조 (강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처벌합니다. 국정원장이 기업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행위에 이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 국가정보원법 제9조 (정치 관여 금지)​: 국가정보원 직원은 직무 외의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없으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하여 국가의 자금을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국정원장이 특정 정당의 여론조사 비용을 지원한 행위에 이 법률이 적용되어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통령의 지시나 관행을 이유로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기대가능성: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따를 의무가 없으며, 이러한 경우 적법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의 기대가능성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 보안업무규정 및 형사소송법: 검찰의 자료 수집 적법성 여부와 관련하여, 보안업무규정상 비밀로 분류된 자료라도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이나 해를 끼칠 우려가 없거나 임의 제출된 경우, 그리고 형사소송법상 공무소 조회 및 임의 압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 국가 예산의 엄격한 용도 준수: 국가기관의 예산, 특히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비는 법령과 예산안에 명시된 용도와 목적에 따라 엄격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기관 간 자금 이전은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임의적인 전용은 횡령이나 국고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상명하복 관계에서의 위법성 인식: 직위나 상관의 지시가 있더라도 명백히 위법하거나 불법적인 지시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습니다. 특히 국가 예산의 부당한 사용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막연히 상관의 지시나 관행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회계 관련 직무의 중요성: 회계 관계 직원이 아니더라도 국가 예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다면 업무상 보관자로서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공적 자금 관리에 대한 광범위한 책임을 의미합니다.
• 직권남용의 범위: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면 그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권한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강요죄 등 다른 범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뇌물죄의 대가성 판단: 금품 수수 시기와 직무 집행 행위의 전후를 가릴 필요 없이,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 사이에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뇌물죄가 성립합니다. 사교적 의례나 단순히 활동비 지원 목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면 뇌물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의 금품이 은밀하게 오고 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 정치 관여의 금지: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 지원 등은 국가정보원법에 위반되는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