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울산대학교병원의 의약품 구매 입찰에 참여한 여러 의약품 도매상들이 2006년 입찰 이후 낙찰 도매상이 비낙찰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마진 없이 구매하여 병원에 납품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2007년과 2008년 입찰에서도 이어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주식회사 동남약품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인정했지만, 2006년 입찰 관련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에 포함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울산 지역의 의약품 도매상들이 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2006년 입찰 종료 직후, 이들 도매상 중 삼원약품의 관계자가 다른 도매상들과 연락하여 낙찰받은 도매상이 기존 거래처를 잃은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낙찰 단가대로 구매하여 병원에 납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는 약 1년간 실행되었고, 2007년과 2008년 입찰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지속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마진 없는 도도매 거래' 합의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9호(기타 사업활동 방해) 위반으로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주식회사 동남약품이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적용한 법률 조항(입찰담합)과 최종 적용 조항(기타 사업활동 방해)이 달라 사전 통지 및 의견 청취 절차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약품 도매상들 간의 '마진 없는 재판매' 합의가 2007년과 2008년 입찰에도 존재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해당 합의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켰는지 여부와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입니다. 넷째, 해당 공동행위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큰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합의가 이루어진 시점이 2006년 입찰 종료 후이므로, 2006년 입찰 관련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의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에게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중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공동행위 자체는 위법하여 시정명령은 유지하되, 과징금 산정의 일부가 잘못되었으므로 과징금은 취소한다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비록 적용 법조는 변경되었지만, 원고가 공동행위의 사실관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합의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2006년 합의가 2007년과 2008년 입찰에서도 암묵적으로 유지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경쟁 제한성 여부에서는 두 가지 시장을 획정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 입찰시장'에서는 공동행위가 낙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여 경쟁 제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입찰 종료 후에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2006년 입찰시장에는 경쟁 제한 효과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전국 의약품 조달시장'에서는 이 사건 도매상들의 시장 점유율이 7.4%에 불과하여 경쟁 제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를 상회한다는 원고의 주장 또한, 효율성 증대가 병원의 입찰 정책 변화 때문이지 공동행위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공동행위가 더 높은 낙찰 인하율을 막았을 수 있다고 보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 여부에서는, 2006년 입찰이 종료된 후 합의가 이루어졌으므로 2006년 입찰에는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2006년 입찰 관련 매출액을 과징금 관련 매출액에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들이 계약, 협정, 결의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다음 호가 적용되었습니다.
2. '합의'의 성립 요건 공정거래법상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으며, 묵시적인 합의나 암묵적인 양해도 포함됩니다. 또한, 모든 사업자 사이에 직접적인 합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여러 사업자 사이에 순차적으로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전체 사업자 간의 합의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3.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해당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 해당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해당 공동행위로 인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 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4. 절차적 정당성 행정 처분 시 사전 통지 및 의견 청취 절차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적용 법조가 변경되었더라도, 피처분자가 공동행위의 사실관계에 대해 충분히 통지받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가졌다면, 처분이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입찰 참여자들이 입찰 이후에 낙찰 물량 처리나 거래 방식에 대해 합의하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합의가 입찰 본연의 경쟁 질서를 저해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한다면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명시적이지 않고 묵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양해에 그치더라도 법적으로는 '합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여러 사업자 사이에 순차적으로 의견이 교환되어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전체 사업자 간 합의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 산정 시에는 위법한 공동행위로 인해 경쟁 제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한 기간과 관련된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합의가 특정 입찰 종료 후에 이루어졌다면, 해당 입찰의 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는지가 경쟁 제한성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병원의 입찰 시장과 같은 좁은 시장에서는 경쟁 제한 효과가 인정될 수 있으나, 전국 단위의 넓은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낮아 경쟁 제한 효과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가피한 사정'이나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공동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더라도, 그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를 명확히 상회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