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교원들의 봉급을 수년 간 동결하고 연구보조비를 삭감한 사건입니다. 대학교는 자체 보수 규정에 따라 봉급이 매년 인상되는 국립대학교 교원의 봉급표에 준하도록 되어 있었음에도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교원들은 학교의 조치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학교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교원들의 손을 들어주며 미지급 임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학교법인 A는 1993년부터 2012학년도까지 교원 봉급표를 공무원보수규정상의 국립대학교 교원 봉급표와 동일하게 적용하여 봉급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13학년도부터 현재까지 봉급월액을 바꾸지 않고 동결했습니다. 또한 교원의 연구보조비(연구비, 연구활동비) 역시 2011학년도부터 2014학년도까지 점진적으로 삭감했습니다. 원고 교원들은 학교의 이러한 조치가 자신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함에도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및 관련 수당의 차액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학교법인은 보수규정의 '준한다'는 표현이 재량권을 허용한 것이며, D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 결과가 교직원 보수표에 반영되어 온 노동관행이 존재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학교가 교원의 봉급을 동결하고 연구보조비를 삭감한 것이 유효한 취업규칙 변경인지, 대학교의 보수 규정에 명시된 '국립교원 봉급표에 준한다'는 조항이 재량권을 허용하는지, 그리고 학교가 주장하는 노동관행이 성립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대학교의 교직원보수규정 및 보수표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교원의 봉급을 국립교원 봉급표에 '준한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따르라는 의미로 대학교에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봉급 동결과 연구보조비 삭감은 교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며, 교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학교는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봉급 차액, 연구보조비 차액, 그리고 이들을 기초로 산정되는 상여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구정특별 상여수당의 차액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학교법인이 교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할 경우 반드시 근로기준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야 하며, 재정적 어려움이나 특정 집단과의 단체협약을 이유로 다른 근로자 집단의 임금 조건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어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6조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이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을 취업규칙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이 제정하여 교원들의 봉급, 각종 수당 등을 정한 '교직원보수규정' 및 '교직원 보수표'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인정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동의):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법원은 학교법인의 봉급 동결과 연구보조비 삭감이 교원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교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절차적 요건입니다.
'준하다'의 법률적 의미 해석: 법원은 교직원보수규정 제6조의 '교원의 봉급월액은 당해연도 공무원보수규정의 대학교원 봉급표에 준한다'는 문구에서 '준하다'는 '어떤 본보기에 비추어 그대로 좇다' 또는 '예에 따르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참고하라는 재량적 의미가 아니라, 특별한 성질상 차이가 없는 한 국립교원 봉급표를 그대로 따르라는 구속력 있는 의미로 보아 학교법인에게 일방적으로 봉급을 동결할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동관행의 성립 요건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109531 판결 참조): 특정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노동관행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업 사회에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 명확히 승인되거나, 구성원들이 아무런 이의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학교법인이 주장하는 '임금협약 결과를 교원 봉급표에 반영한다는 노동관행'이 교원들 사이에서 규범적인 의식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학교법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임금의 법적 성격 (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300 판결 참조): 연구수당이나 학생지도수당이 어떤 실적에 따른 실비변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일정액을 정기적, 계속적으로 지급한 것이었다면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아야 합니다. 법원은 교원 연구비와 연구활동비가 매월 정액으로 지급되어 왔고 연구실적에 따라 별도로 교내연구비를 지급하는 점을 들어, 이 연구보조비가 정기적, 계속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보수 규정이나 취업규칙에 '공무원 보수 규정에 준한다'와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는 일반적으로 공무원 보수 규정을 그대로 따르라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자는 재정 상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수 없습니다.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근로 조건을 변경하려면 반드시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때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변경으로 인해 임금 총액이 감소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며, 특정 수당이 삭감되었더라도 다른 부분이 상향 조정되어 전체적으로 불이익이 없다면 유효한 변경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 사건처럼 임금 총액이 감소하고 다른 보상이 없다면 불이익 변경으로 인정됩니다. 특정 직군(예: 직원)의 단체협약 내용이 다른 직군(예: 교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와 다른 내용으로 임금 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별도의 동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기업 내의 특정 관행이 법적인 효력을 갖는 '노동관행'으로 인정받으려면 해당 관행이 오랜 기간 동안 명확하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에 대한 규범적인 의식이 형성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