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노인장기요양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전 시설장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범죄로 인해 받은 시정명령 및 개선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해당 처분이 이미 내려진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 처분과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이중처분이며, 신뢰보호의 원칙과 실권의 법리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각 처분의 근거 법령, 목적, 요건 등이 달라 이중처분이 아니며,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실권의 법리 적용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A가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센터의 전 시설장 D는 직원들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총 6,252,860원을 횡령하고, 법인 재산에 손해를 가하며 허가 없이 대출을 받는 등 업무상 횡령, 배임,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77,677,220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받았고, 부산 기장군수로부터 업무정지 50일 및 경고 처분(제1차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기장군수는 D가 사회복지사업법상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시설장으로 근무한 사실을 들어 원고에게 다시 시정명령 및 개선명령 처분(제2차 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는 이 처분들의 취소를 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시정명령 및 개선명령 처분이 이전 처분과 동일한 사유에 대한 이중처분에 해당하는지, 피고의 공적인 견해 표명에 대한 원고의 신뢰를 침해한 것인지, 그리고 피고가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 처분을 내려 실권의 법리에 위반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부산광역시 기장군수가 원고에게 내린 시정명령 및 개선명령 처분은 적법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전 시설장의 범죄 행위를 이유로 한 시정명령 및 개선명령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급여 관련 처분과는 근거 법령, 목적, 보호 법익이 다른 별개의 처분으로 보아 이중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추가적인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처분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형사사건 확정 등 새로운 사정이 있었고 법령에 처분 시한이 없는 점을 들어 실권의 법리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인의 운영 투명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한 행정기관의 조치는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사회복지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령 적용과 행정법의 기본 원칙들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 제1항 제11호(구법 기준)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이나 시설의 장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복지사업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격사유 조항입니다. 동법 제40조 제1항 제4호는 사회복지법인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행정청이 시정명령이나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여 법인의 적정한 운영을 감독하는 근거가 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구법 기준)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 업무정지 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장기요양급여의 투명한 집행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원은 제1차 처분(노인장기요양보험법 근거)과 제2차 처분(사회복지사업법 근거)이 각각 다른 법령에 기반하며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 또한 다르므로,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파생되었더라도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행정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처분들의 근거 법규, 목적, 요건, 효과 및 보호법익이 동일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한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원칙인데, 법원은 과거의 처분이 앞으로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실권의 법리는 권리자가 장기간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아 상대방이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된 경우 뒤늦은 권리 행사를 불허하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행정처분에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제2차 처분 이전에 전 시설장의 추가적인 형사사건 유죄 확정 및 행정처분 요청 등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으므로 실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사회복지법인이나 노인장기요양기관은 대표자나 시설장이 사회복지사업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항상 확인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등 재산 관련 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임원이나 시설장으로 근무할 수 없게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처분은 비록 하나의 사건에서 파생되었더라도 그 근거 법령과 목적이 다르면 여러 종류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즉, 환수 처분, 업무정지 처분, 그리고 시정명령 등은 각각 별개의 법적 판단을 받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이 바로 처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 처분하더라도, 그 사이에 새로운 법적 사실(예: 형사 판결 확정)이 발생했거나 관련 법령에 처분 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실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행정처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심하기보다는,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