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관계회사의 동종업계 재취업 금지 요구 기각 사건

주식회사 A는 피고 C가 관계 회사인 D에서 퇴직한 후 동종업계 회사에 취업하자, 과거 A사와 체결했던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며 5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A사에서 직접 근무한 적이 없어 영업 비밀을 알 수 없었고 경업금지 약정 체결 시 특별한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약정 기간이 7년으로 지나치게 길고 지역적 제한도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해당 경업금지 약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선박용품을 선사에 판매하는 회사로, 주식회사 D와 주주 및 이사가 중첩되는 관계 회사입니다.
• 피고 C: 주식회사 D에서 퇴직한 후 원고와 동종업체인 주식회사 E에 입사하여 영업 업무를 한 직원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C는 주식회사 D에 재직 중이던 2019년 10월 16일 D사와 기밀유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같은 날, D사와 관계 회사인 원고 주식회사 A의 요청으로 A사와도 같은 내용의 기밀유지계약(경업금지 조항 포함)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퇴사 후 7년 이내에는 동종업체 창업이나 선박부품 판매와 관련된 회사에는 절대 입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2020년 11월 30일 D에서 퇴사한 후 2021년 1월경 원고 회사와 동종업체인 주식회사 E에 입사하여 영업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금 5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근로자가 근무하지 않은 관계 회사와 맺은 경업금지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가 원고 회사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어 영업 비밀을 알 수 없고 경업금지 약정 체결 시 특별한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약정 기간이 7년으로 지나치게 길고 지역적 제한도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경업금지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주로 민법 제103조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경업금지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경우, 이 조항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2.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은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해당 사용자만이 보유한 지식이나 정보, 고객 관계, 영업상의 신용 유지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일반적인 노하우나 고객 정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근로자가 회사 내에서 어떠한 직책과 역할을 수행했는지, 영업 비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는지 등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제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지역적 범위가 넓거나, 대상 직종이 포괄적일수록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본 사안에서는 7년이라는 장기간과 지역적 제한이 없다는 점이 무효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경업금지로 인해 근로자가 입을 손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제공되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보상이 없었다면 약정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근로자의 퇴직 경위: 자발적 퇴직인지, 해고인지 등 퇴직 과정에서의 사정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해당 약정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저해하는지 등 사회 전체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용자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참고 사항

경업금지 약정은 무조건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약정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실제 영업 비밀 접근 여부: 근로자가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회사에서 직접 근무하지 않았거나, 해당 회사의 영업 비밀에 접근할 기회가 없었다면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2.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 근로자가 경업금지 약정을 체결하면서 이에 대한 특별한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제한 기간 및 지역의 합리성: 경업금지 기간이 7년과 같이 지나치게 길거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근로자의 생계와 직업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4.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존재 여부: 사용자의 이익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영업비밀 수준에 이르지 못하거나, 일반적인 거래처 정보 등에 불과한 경우에도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므로,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본인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요소에 해당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