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이 조합의 총유재산에 해당하는 토지 지분을 건설회사에 매도한 계약의 유효성을 다툰 사례입니다. 조합원들은 조합 총회의 적법한 의결 없이 토지 지분을 매각했고, 이후 조합이 다른 회사에 해당 토지를 매각하면서 원고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체결한 매매계약의 무효를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조합의 총유재산 처분은 정관 또는 총회 결의에 따라야 하므로, 적법한 총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D영농조합의 조합원인 원고 A와 B는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주택건설업체인 피고 C와 조합 소유 토지의 69분의 1 지분에 대한 매매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매매대금 1억 5천만 원을 모두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토지는 D영농조합의 총유재산으로서 조합 규약상 '전체 조합원 80% 이상의 참석과 80%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 결의를 거쳐야만 처분할 수 있었는데, 원고들이 피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이러한 적법한 총회 결의가 없었습니다. 2017년 D영농조합은 규약 변경 및 토지 매각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으나, 이 결의는 일부 조합원들의 소송으로 무효화되었습니다. 이후 2021년 3월 D영농조합은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67명 중 65명 찬성으로 조합 토지를 주식회사 W에 매각하기로 결의하였고, W은 해당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주식회사 X에 신탁등기를 마쳤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와 체결했던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확인받아 조합원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회복하고자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매매계약이 유효하며, 설령 무효라 하더라도 이후 조합의 매각 결의가 추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다퉜습니다.
D영농조합의 총유재산인 토지 지분에 대한 개별 조합원들의 매매계약이 조합 총회의 적법한 의결 없이 이루어진 경우 유효한지 여부와, 이후 조합이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한 결의가 기존 조합원과 건설회사 사이의 매매계약을 추인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미 소유권이 다른 회사로 이전된 상황에서 과거 매매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도 검토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D영농조합의 토지가 민법상 '총유재산'에 해당하므로, 그 관리 및 처분은 조합 규약에 따라 '전체 조합원 80% 이상 참석 및 80% 이상 찬성'의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러한 적법한 총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이 계약은 총유물 처분 절차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후 조합이 다른 회사(W)에 토지를 매각한 결의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에 대한 '추인'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는데, 이는 해당 매각 결의가 피고를 매수인으로 예정한 것이 아니며, 조합이 과거 계약의 무효 사실을 알고 이를 추인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미 토지가 다른 제3자에게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된 상황에서, 원고들이 매매계약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법적 지위의 불안을 해소하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 '총유' 재산의 관리 및 처분 원칙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275조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소유 형태 - 총유): 법인 아닌 사단(단체)의 사원들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를 총유라고 합니다. 총유 재산은 각 사원들이 개별적인 지분을 가지지 않으며, 분할하여 처분할 수도 없고, 오직 사단 자체의 관리·처분만이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 D영농조합의 토지가 바로 이러한 총유 재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276조 제1항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 총유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합니다. 만약 사단의 정관이나 규약에 총유물 처분에 대한 별도의 정함이 있다면 그에 따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총회 결의가 필수적입니다. 법원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처분 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합니다.
확인의 이익: 법률상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허용됩니다. 과거의 법률관계라도 현재의 권리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는 데 확인판결이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봅니다.
무효행위의 추인: 법적으로 무효인 행위를 나중에 '추인'하여 새로운 유효한 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그 행위가 무효임을 분명히 알고 추인해야 합니다. 즉, 무효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무효인 행위를 유효하게 만들려는 의사가 명확해야 합니다.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총유재산)을 매매하거나 양도할 때는 반드시 해당 사단의 규약(정관)을 확인하고 정해진 처분 절차(예: 총회 의결정족수, 찬성률 등)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위반한 처분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의 유효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록 부동산이 이미 다른 제3자에게 이전되었더라도 과거 법률행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현재의 법적 지위의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무효인 법률행위가 나중에 '추인'으로 유효하게 인정받으려면, 당사자가 원래 행위가 무효임을 분명히 알고 그 행위를 유효하게 만들려는 의사를 가지고 추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나중에 유사한 내용의 결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과거의 무효인 계약이 추인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조합원이 조합 지분을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 전체의 소유 부동산에 대한 '조합원 지분 비율에 따른 매도'는 실질적으로 총유재산의 처분 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총유재산 처분 규정을 적용받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