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대금 지급 관련 다툼 항소 기각 사건

주식회사 A(원고)는 D 주식회사(피고)가 의뢰한 골프장 조성사업 관련 조사설계 용역을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원고가 수행한 용역이 사업 목적 달성에 기여하지 못했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며, 용역대금 산정이 잘못되었고, 지체상금을 공제해야 한다며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피고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면서 피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고에게 용역대금 333,348,4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A (피고의 골프장 조성 사업 관련 조사설계 용역을 수행하고 대금을 청구한 회사)
• 피고, 항소인: D 주식회사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원고에게 용역을 의뢰하고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한 회사)

분쟁 상황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추진하는 골프장 조성사업과 관련하여 조사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는 용역대금 지급 시기가 '도시관리계획 신청시', '진입도로 실시계획인가 신청시', '골프장 사업인가시' 등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이는 불확정기한부 채권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어 피고의 당초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 방식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습니다. 피고는 이러한 상황 변화를 이유로 원고가 수행한 용역이 사업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성과품도 제공받지 못했으므로 보수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용역대금 채권이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 시점(2011. 11. 1.)이나 관련 행정소송 판결 확정 시점(2015. 5. 18.)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역대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감정 결과 중 '업무달성률'에 '지급시기'를 추가 반영하여 기성률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가 용역수행 기간을 지체했으므로 계약서에 따라 지체상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가 일부 수행한 용역업무에 대해 피고에게 보수청구권이 발생하는지 여부.
2. 원고의 용역대금 채권이 민법상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도과하여 완성되었는지 여부.
3. 원고가 이행 완료한 부분에 대한 용역대금을 산정할 때 감정인의 감정 결과 중 '업무달성률' 외에 '용역대금의 지급시기'를 반영한 최종 기성률 산정 방식이 타당한지 여부.
4. 피고가 원고에게 지체상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333,348,400원과 그 중 303,044,000원에 대하여 2019. 5. 1.부터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보수청구권 인정: 원고가 용역계약 해제 이전에 입안제안을 위한 결과물을 제공하여 피고 명의로 입안제안이 이루어졌고, 용역범위의 절반 이상을 수행했으며, 주요 업무 달성률이 60%~90%대에 달했습니다. 원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된 것이 아닌 이상, 원고는 이행 완료한 부분에 대한 용역대금 청구권을 가집니다.
2. 소멸시효 미완성: 이 사건 용역대금 채권은 '도시관리계획 신청시', '진입도로 실시계획인가 신청시' 등 불확정 기한부 채권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만으로 곧바로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고, 피고가 계약 해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2019년 4월경까지 업무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용역계약은 2019. 7.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합치됨으로써 종료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는 2019. 7. 1.부터 진행되며, 이 사건 소 제기는 그 3년의 기간 내에 이루어졌으므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3. 용역대금 산정 방식의 타당성: 감정인이 '업무달성률'에 '용역비 지급기준에 따른 계약 수행률'(지급시기별 지급비율)을 곱하여 최종 기성률을 산정한 방식은, 동일한 업무량을 수행했더라도 지급시기에 따라 기성률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1심과 같이 '용역범위'란 기재 각 항목에 관한 '업무달성률'을 적용한 금액으로 용역대금을 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지체상금 공제 불인정: 원고가 2011년 입안제안 당시 상당부분 업무를 완료하여 성과품을 제출한 것으로 보아 업무 자체를 지체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설령 일부 지체 부분이 있더라도 관련 행정소송의 경과, 피고가 소 제기 이전까지 지체 지적이나 이행 촉구를 전혀 하지 않은 점, 그리고 용역계약이 2019. 7. 1.경 원고와 피고의 의사 합치로 종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지체의 책임이 피고에게 있거나 묵시적으로 지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된 것으로 보아 지체상금 공제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판결의 인용):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없는 경우 제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일 때 적용됩니다. 본 사안에서도 피고의 추가 주장에 대한 판단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2. 민법 제163조 제3호 (3년의 단기 소멸시효): 노역인의 임금채권,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용역대금 채권 또한 일반적으로 이 규정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용역대금 채권의 종류는 명확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언제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3. 불확정기한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등 참조):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하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도시계획시설 규칙 개정만으로 골프장 설립인가가 완전히 불가능해졌다고 보지 않았고, 피고가 계약 해지 의사 없이 업무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여, 2019. 7.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합치된 시점을 용역계약 종료일이자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습니다.
4. 감정 결과의 증거 가치에 관한 법리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16519 판결 등 참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법원은 감정 결과뿐 아니라 제출된 다른 증거들을 종합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법관의 사실인정을 보조하는 자료일 뿐이므로, 법원이 감정인의 판단과 다르게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감정인이 제시한 용역대금 산정 방식(지급시기를 반영한 최종 기성률)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아, 1심과 같이 실제 '업무달성률'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 도급계약 해지 시 기성고에 따른 보수 청구: 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지 또는 종료되더라도,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수급인은 이미 이행 완료된 부분에 대한 보수 청구권을 가집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었으므로 기성고에 대한 용역대금 청구권이 인정되었습니다.
6. 지체상금 면제 또는 감경 법리: 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더라도, 지체가 도급인의 책임으로 발생했거나, 당사자들이 묵시적으로 지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수급인에게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없거나 감경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1. 불확정기한부 채권의 소멸시효: 계약서에 대금 지급 시기가 불확실한 미래의 사실 발생으로 정해져 있다면, 그 사실이 발생하거나 혹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는 시점에 채무 이행 기한이 도래하며,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됩니다. 단순히 사업 환경의 변화나 법규정 개정만으로 기한이 바로 도래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계약의 목적 달성 가능성, 당사자들의 의사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2. 계약 중도 해지 또는 사업 변경 시 대응: 용역계약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졌거나 사업 계획이 변경된 경우, 용역 중단 또는 계약 해지 의사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명확히 통보해야 합니다. 묵시적인 합의나 모호한 태도는 나중에 책임 소재나 계약 종료 시점을 다툴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용역대금 산정 기준 명확화: 용역 계약 체결 시, 중도에 계약이 종료될 경우의 기성고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업무달성률' 외에 대금 지급 시기나 비율을 고려한다면, 그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상세히 기술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4. 지체상금 청구의 신중함: 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더라도, 지체가 상대방의 책임으로 발생했거나,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는 동안 당사자들이 묵시적으로 지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지체상금 청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요한 변경이나 합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5. 증거 자료 보관: 용역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모든 문서, 보고서, 이메일 등 업무 수행 내용과 관련된 자료는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용역대금 청구권이나 실제 업무 수행 범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