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의 임금 미지급 및 실제 사용자 책임 인정 판결

두 명의 선원(원고 A, B)이 러시아 선박에서 일했으나,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고용주이자 임금 지급 의무자는 한국의 수출입 회사(피고 주식회사 C)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등의 지급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중시하여, 피고 C 회사가 선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 C 회사에게 원고 A에게 미화 125,518달러를, 원고 B에게 미화 60,000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으나, 원고 B의 부식비 청구는 계약상 선장에게만 해당한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선장): 러시아 선박에서 선장으로 일하며 피고 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근로자
• 원고 B (갑판장): 러시아 선박에서 갑판장으로 일하며 피고 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근로자
• 피고 주식회사 C: 수출입 및 수산물 관련 회사로, 원고들이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임금 지급을 요구한 한국 법인
• E (G 회사 대표): 러시아 법인 G 회사의 대표로, 원고들과 표면상 어로계약을 체결한 주체
• D (주식회사 C 대표이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원고들과 어로계약 전부터 협의하고 임금 일부를 직접 지급하는 등 실질적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 인물

분쟁 상황

원고 A과 B은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 법인 G 회사 소유의 선박에서 각각 선장과 갑판장으로 일하며 G 회사와 어로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고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인 D과 계약 사전 협의를 진행했고, 피고 회사의 지시를 받아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을 했습니다. 임금이 약정대로 지급되지 않자, 원고들은 피고 C 회사가 자신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므로 미지급된 임금, 정산금, 부식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C 회사는 자신들은 G 회사와 오징어 구매 계약을 맺고 조업 자금을 대여했을 뿐, 원고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반박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형식적인 근로계약 당사자가 러시아 법인 G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로자(선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실질적 사용자'가 한국 법인인 피고 주식회사 C인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근로계약 해지 시 미지급 임금과 어획수당(정산금)의 지급 범위 및 부식비 청구의 타당성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제1심 판결 중 원고 B에 대한 부분 중 미화 60,000달러를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 B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는 원고 B에게 미화 60,000달러 및 이에 대해 2019. 1. 1.부터 2021. 11. 3.(당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피고의 원고 A에 대한 항소 및 원고 B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4. 원고 A과 피고 사이의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 B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즉, 원고 A에게는 청구한 미화 125,518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B에게는 미화 60,000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원고 B의 부식비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어로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피고 주식회사 C가 원고들의 채용 과정부터 조업 지시, 비자 관리, 임금 지급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임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의 청구는 전부 인용되었고, 원고 B의 청구는 부식비 부분을 제외하고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 관계를 중시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따른 것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실질적 사용자 판단 원칙: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용자를 결정할 때, 계약서상 명시된 내용에만 얽매이지 않고 실제 근로관계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7973 판결 등). 즉, 누가 근로자의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했는지, 누가 급여를 지급했는지, 실제 업무 진행 과정에서의 지배력이 누구에게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C)가 원고 채용 사전 협의, 구체적인 조업 지시, 비자 발급 관리, 임금 일부 직접 지급, 미지급 임금에 대한 답변 등 여러 면에서 원고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임금 지급 책임을 진다고 보아 피고가 실질적 사용자임을 인정했습니다.
2. 근로계약 해지 시 임금 및 정산금 지급 의무: 근로계약이 사용자의 책임으로 인해 종료된 경우, 사용자는 근로계약서에 약정된 임금뿐만 아니라 조업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정산금(여기서는 어획수당)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 A에게 조업 지시를 내리지 않아 원고가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 상황을 피고의 책임 있는 해지 사유로 보아, 조업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획수당(기본정산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3. 지연손해금의 적용: 근로자가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미지급된 임금 원금에 더해 지연손해금을 함께 지급하도록 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송이 제기되어 소장이 피고에게 전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높은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다만, 피고가 자신의 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지 또는 그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다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는 판결이 선고되는 날까지는 '상법'에 따른 연 6%의 이자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에게는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12%가, 원고 B에게는 당심 판결 선고일까지 6%가, 그 다음날부터는 12%가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의 실질적 내용 확인: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당사자 외에 실제 업무를 지시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외국 회사와 관련된 계약의 경우 국내 법인이 실제 사용자일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2. 업무 지시 및 소통 기록 보관: 누가 어떤 내용으로 업무를 지시했는지, 급여 지급 방식이나 시기 등 근로 조건에 대한 협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이메일, 문자 메시지, 녹취록 등 구체적인 기록을 남겨두면 나중에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임금 지급 내역 관리: 임금이나 각종 수당이 어떻게, 언제, 누구로부터 지급되었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관련 금융 거래 내역을 보관하세요. 이는 실제 사용자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4. 부식비 등 추가 비용 약정 확인: 기본 급여 외에 부식비, 정산금 등 추가로 지급되는 비용에 대한 약정이 있다면, 그 지급 대상과 조건이 명확히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불분명하다면 사전에 서면으로 확답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5. 계약 해지 사유 및 시점 기록: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면, 그 사유와 시점을 정확히 기록하고 관련 증거(예: 조업 중단 지시, 귀국 지시 등)를 확보해두세요. 이는 미지급 임금과 정산금 청구에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