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인 A 주식회사가 피고인 한국수자원공사에 용역대금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과거 D 정수장 사업 관련 운영자금으로 대여했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 처리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대여금 상환에 붙은 'E 정부로부터 기성금 지급 시 정산 예정'이라는 문구가 정지조건에 해당하여 아직 변제 의무가 없고, 대여금은 D 사업 기성금으로만 상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남은 용역대금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해당 문구를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판단하고, 이미 기한이 도래하여 상계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A 주식회사는 피고인 한국수자원공사의 일부 물관리 시설에 대한 점검정비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해왔습니다. 2022년 4월, 원고는 B 지사 및 C 지사의 수도 점검정비 용역대금으로 총 559,170,000원을 피고에게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용역대금 중 499,789,728원에 대해 과거 D 정수장 사업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대여했던 운영자금 채권(원금 266,023,72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포함 총 300,643,969원)과 상계하겠다고 통보한 후, 차액인 59,384,272원만 원고에게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2010년부터 피고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D 사업을 수행하던 중, 2016년경부터 E 정부의 용역대금 지급 지연으로 운영자금 부족을 겪게 되자 피고에게 운영자금 선지급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6년 7월 14일부터 2019년 1월 7일까지 총 7회에 걸쳐 합계 2,372,914,448원의 운영자금을 원고에게 대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발송한 공문에는 '추후 귀사에 대한 차기 기성금 지급시 정산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문구를 대여금 변제를 'E 정부로부터 기성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으로 해석해야 하며, 아직 이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대여금 잔액을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가 이 대여금에 대해 D 사업 기성금으로만 상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상계가 부적법하므로 미지급된 용역대금 300,643,969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운영자금으로 대여한 금액에 대해 '추후 귀사에 대한 차기 기성금 지급 시 정산 예정'이라는 문구가 '정지조건'인지 아니면 '불확정기한'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 만약 불확정기한으로 판단될 경우, D 사업이 종료되고 미수금 회수가 불가능하게 확정된 경우 해당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대여금에 대해 D 사업 기성금으로만 상계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의 이 사건 대여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처리가 적법한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추후 귀사에 대한 차기 기성금 지급 시 정산 예정'이라는 부관이 대여금 변제에 대한 정지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가 고위험 고수익의 공동계약 방식을 선택했음에도 대금 지급 위험을 피고가 인수할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D 사업이 2019년 9월경 종료되고 피고가 2020년 12월 21일 E에서의 철수를 결정하였으며, E 정부로부터 미수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대여금의 변제기가 2020년 12월 21일경 이미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상계 자동채권을 제한하는 합의는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상계 처리는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률행위에 부과된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에 대한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2003다24215 판결, 2019다293098 판결 등)에 따르면,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만 '조건'으로 봅니다. 반대로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그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며,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고 판단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E 정부로부터 기성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문구를 두고, D 사업이 고위험 고수익의 공동계약 방식이었고 피고가 공기업으로서 그 위험까지 인수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기성금 정산 시 대여금을 우선 변제받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판단했습니다. D 사업 종료 후 E 정부로부터 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정되면서 이 불확정기한이 도래했고, 이에 따라 대여금의 변제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계약 시 '조건'과 '기한'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가 채무 이행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산 예정'과 같은 모호한 표현은 추후 법적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불확실한 사실(예: 제3자로부터의 대금 수령)을 채무 변제의 전제 조건으로 삼을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 불가능하게 확정될 경우 채무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약정을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특정 채권에 대해서만 상계를 허용하거나 상계를 제한하는 합의가 있다면, 이는 구두 합의가 아닌 명확한 서면 계약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에서 그 합의의 존재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동 사업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위험이나 제3자로부터의 대금 미회수 위험에 대해 각 당사자가 어떻게 책임을 분담할 것인지 계약서에 상세히 규정해야 합니다. 특히 고위험-고수익 사업의 경우, 위험 분담에 대한 예측 가능한 조항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확정기한의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합니다. 관련 증빙 자료를 잘 관리하여 변제기 도래 시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