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직장 내 괴롭힘 책임연구원 해임 무효확인 사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 후배 계약직 연구원에게 지속적인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혐의로 해임되었습니다. 이에 책임연구원은 징계 절차상 및 실체상 하자가 있어 해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징계 절차에 문제가 없었고 징계 사유가 명백하며 해임 처분 또한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책임연구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임된 사람.
• 피해자 C: 원고 A로부터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 계약직 연구원.
• 피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원고 A를 해임한 주체.

분쟁 상황

원고 A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서, 계약직 연구원인 피해자 C에게 2019년 12월 말경부터 2020년 7월 초경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반복적·의도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강요 등의 행위를 가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피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21년 2월 1차 해임 처분을 내렸고, 원고의 재심 청구 후 2021년 4월 재심 징계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원고를 2021년 5월 31일 자로 해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임 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징계 사유 통지가 불명확했고, 증거 제시가 미흡하여 방어권이 침해되었으며, 피고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후 즉시 조치하지 않아 사용자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징계 사유가 없거나, 설령 인정되더라도 해임은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로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해임 처분이

1. 징계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징계 통지 불명확, 증거 미제시,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
2. 징계 사유가 실체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지시).
3. 징계 수위(해임)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해임 처분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1.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해, 법원은 피고의 내부 규정에 징계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없었고, 원고가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혐의를 인지하고 소명 기회를 가졌으므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2. 피해자 제출 증거나 관련자 조사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소명서와 재심청구서에서 피해자 증거와 진술을 반박하는 내용을 상세히 기재한 점 등을 들어 원고가 충분히 자료를 숙지하고 방어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의 조사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피신고자에게 즉시 고지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의 비밀 유지 요청을 반영하여 8주 후 조사를 시작한 것은 오히려 사용자 조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4. 실체적 하자 주장에 대해, 원고가 욕설, 폭언, 폭행 및 사적 업무 지시 행위를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한 점, 다수의 관계인들이 구체적인 괴롭힘 행위를 진술한 점, 피해자가 상해 및 장애 진단서와 사진, 녹취록 등을 제출한 점 등을 종합하여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했습니다.
5. 징계의 상당성 주장에 대해, 원고의 괴롭힘 행위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상당 기간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욕설, 폭행, 사적 업무 강요로 그 위반 정도가 중하고, 피고의 징계 양정 기준상 해임 사유에 해당하며, 원고의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해임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가 피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제기한 해임 무효확인 청구를 전부 기각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책임연구원의 해임 처분은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나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제2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피해자의 신고 접수 8주 후에 원고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을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정 기간 신고 사실 비밀 유지를 요청한 점,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즉시 고지 또는 격리 의무가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지체 없이'의 의미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피해자 보호라는 근본 목적에 부합하는 조치였다면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보여줍니다.
2. 징계권자의 재량권 및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대법원은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하다고 보며, 이는 징계사유의 내용과 성질, 징계 목적, 징계 양정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경우여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해임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이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강요 등 복합적이고 상당 기간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는 점을 들어 해임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징계 절차의 통지 의무: 취업규칙 등 내부 규정에 징계 대상자에게 미리 징계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경우, 사용자가 반드시 이를 구체적으로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 29. 선고 2001다6800 판결 등)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내부 규정에 해당 의무가 없었고, 원고가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혐의 사실을 인지하고 소명 기회를 가졌으며, 증거 자료에 대한 반박 의견도 제시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충분했다고 보아 징계 통지 내용의 불명확성이나 증거 미제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 징계 절차에서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징계 사유 및 근거 자료를 면밀히 확인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조사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작성하는 확인서의 내용이 본인의 주장과 다를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하게 서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민원 사실 확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갑질 및 괴롭힘 사실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된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징계 절차의 적법성: 사용자가 취업규칙이나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징계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면 절차적 하자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 사용자는 신고 접수 후 지체 없이 조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조사 순서를 조정하거나 일정 기간 비밀 유지를 요청받은 경우 이를 고려한 조치는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징계 양정의 재량권: 징계 사유의 내용, 정도, 고의성, 지속성, 피해의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 수위가 결정됩니다. 특히 욕설, 폭언, 폭행, 사적 업무 지시 등 복합적인 괴롭힘 행위가 장기간 지속된 경우 해임과 같은 중징계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징계 양정 기준에서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 피해 회복 노력: 징계 처분에 대한 감경 사유로 피해 회복 노력을 주장하려면 실제적인 노력과 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장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