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원고 A는 피고 B의 배우자 C에게 6억 9,5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C이 변제 기한까지 돈을 갚지 못하자, C은 피고 B의 이름으로 원고 A에게 1억 원의 채무를 인수하겠다는 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하여 주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가 채무 인수 계약의 당사자이거나, 아니면 배우자 C의 일상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이므로 피고 B에게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B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1억 원이라는 채무 인수가 일상 가사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B의 배우자 C이 원고 A로부터 큰 금액의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자, B의 동의 없이 B의 이름으로 1억 원의 채무를 인수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여 A에게 교부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B에게 해당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요구했으나 B는 자신은 계약과 무관하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체결한 채무 인수 계약이 효력이 있는지, 특히 배우자 간의 일상 가사 대리권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피고 B는 이 사건 채무 인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배우자 C이 임의로 작성한 1억 원 상당의 채무 인수 계약은 부부의 일상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 B에게 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민법 제832조 (부부의 일상가사대리) 입니다. 이 조항은 부부의 공동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법률행위(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행위를 한 사람의 의사와 목적, 부부의 현실적인 생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배우자 C이 원고 A로부터 빌린 6억 9,500만 원이나, 피고 B 명의로 인수하겠다고 한 1억 원의 채무는 그 액수가 너무 커서 부부의 통상적인 생활비 지출 등 일상 가사를 위한 대여 혹은 채무 인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민법 제832조의 적용을 배제했습니다.
배우자가 임의로 다른 배우자 명의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계약이 실제로 그 배우자의 동의를 얻었는지, 혹은 부부 공동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일상 가사'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고액의 금전 거래나 채무 인수는 일반적으로 일상 가사의 범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배우자 간에도 중요한 재산상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 본인의 직접적인 동의나 서명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일상 가사 대리권을 넘어선 행위를 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계약의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