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인 원고 A가 특수관계인인 최다출자자 원고 B에게 자회사 주식 인수라는 사업 기회를 제공하여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약 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A가 원고 B에게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구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 기회 제공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으며 대법원 역시 이를 확정했습니다.
원고 A는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인 AA의 지분 51%와 19.61%를 매입하여 총 70.61%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한편 AA의 나머지 지분 29.39%(이 사건 지분)는 담보 채권자인 BO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이 입찰에 원고 A는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원고 B(원고 A의 최다출자자이자 특수관계인)가 참여하여 BW유한공사보다 높은 가격(1주당 12,871원)을 제시하여 최종적으로 이 사건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 A가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업 기회를 원고 B에게 제공하여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 A와 원고 B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약 7억 원)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지주회사인 원고 A가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인 AA의 소수 지분을 특수관계인인 원고 B가 인수하도록 사실상 사업 기회를 제공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사업 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과 적용 문제였습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법원(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즉 원고 A가 원고 B에게 구 공정거래법상 '사업 기회 제공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A와 B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했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은 모두 취소되었으며 소송 비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의 조항들이 적용되었습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 (사익 편취 금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에 한정)에게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켜서는 안 됩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3항 (사업 기회 제공을 받은 자의 금지)
사업 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위 제1항 제2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해당 사업 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 (특수관계인의 금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위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
이 규정들은 특수관계인이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남용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경제적 이익이 총수 일가와 같은 특수관계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규제하고자 합니다. 이는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으로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등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사업 기회 제공행위'의 법리적 해석
'사업 기회 제공행위'가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특히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 인수에 참여하며 다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 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특수관계인이 그 소수 지분을 취득한 경우, 단순히 그 사실만으로 사업 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 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는 점을 고려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회사가 다른 회사 인수에 참여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그 기회를 통해 지분을 취득하는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순히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의 소수 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특수관계인 등이 그 소수 지분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열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곧바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해당 사업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사업 기회 제공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심사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형사 처벌까지 규정되어 있는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더욱 엄격한 해석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서 '사업 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회사의 기존 사업 범위, 기회 내용, 회사가 가졌던 권리나 기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