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형사사건
K 금융회사 회장인 피고인 A이 변호사비 대납을 요구하고 황금도장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피고인 F는 황금도장을 공여한 혐의를, 피고인 B, C는 변호사비 공여 혐의를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A의 변호사비 5,000만 원 대납 관련 예비적 공소사실과 황금도장 수수 부분, 피고인 F의 황금도장 공여 부분에 대해 증거능력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A의 갹출금 7,800만 원 관련 무죄 부분 및 현금 1억 원, 변호사비 2,200만 원 수수 유죄 부분은 원심 판결이 유지되었고, 피고인 B, C의 변호사비 2,200만 원 공여 유죄 부분도 원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 D, E의 갹출금 7,800만 원 관련 무죄 부분은 상고가 기각되었습니다.
K 금융회사의 회장인 피고인 A은 형사사건 항소심 변호를 의뢰하며 변호사 H에게 선임료 1,000만 원을 지급했으나, G과 I에게 5,000만 원을 추가로 대납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I은 J 주식회사와의 자문계약 형태로 변호사 H에게 5,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은 K의 손자회사인 L의 대표로 피고인 F를 내정한 직후, 피고인 F로부터 감사와 향후 업무 편의 제공 명목으로 시가 800만 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수수했습니다. 이 외에도 피고인 A은 현금 1억 원과 변호사비 2,200만 원을 수수한 혐의, 피고인 B, C는 변호사비 2,200만 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금융회사 임직원이 제3자를 통해 변호사비를 대납받기로 약속하거나 요구한 경우, 이를 직접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부정한 청탁' 없이 특정경제범죄법 제5조 제1항(수재등)이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압수수색영장의 범죄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는 물건을 압수한 경우, 해당 증거와 이를 토대로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A의 변호사비 5,000만 원 대납 요구 및 황금도장 수수 혐의, 그리고 피고인 F의 황금도장 공여 혐의에 대해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판단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는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이 제3자를 통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압수수색 증거의 적법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 기준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반면, 다른 금품 수수 및 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과 '형사소송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특정경제범죄법 제5조 제1항 (수재등): 이 조항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접 금품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이 받게 한 경우라도, 그 다른 사람이 임직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을 받거나, 임직원이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거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서 금품을 받음으로써 임직원이 지출을 면하게 되는 등 사회통념상 임직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인 A이 변호사 H에게 추가 선임료 지급채무를 부담한 바 없다면, H이 받은 법률자문료를 피고인 A이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2. 특정경제범죄법 제5조 제2항 (제3자 뇌물수수): 이 조항은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공여하게 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이 없는 경우에는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피고인 A이 변호사비 대납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부정한 청탁'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압수수색 영장의 요건): 이 조항은 검사가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영장의 범죄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특히 객관적 관련성은 혐의사실 자체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거나, 범행 동기, 경위, 수단, 시간,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는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 황금도장의 경우, 1차 압수수색영장의 혐의사실(변호사비 대납 및 횡령)과 직접 관련성이 없고 동종 유사 범행에 해당할 뿐이어서, 객관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이 조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위법수집증거는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여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황금도장이 1차 압수수색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압수되었으므로, 이를 다시 압수하기 위해 2차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