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경남기업 주식회사를 포함한 공동수급체가 조달청을 통해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도로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사 진행 중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이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계약이 중도 해지되었는데, 해지 전까지 실제로 시공된 물공량은 약 491억 5천만원이었으나, 이미 청구되어 지급받은 기성금은 약 524억 5천만원으로 약 33억원의 초과 기성금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중 경남기업은 약 9억 8천9백만원의 허위 기성금을 청구하여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조달청으로부터 1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경남기업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조달청의 처분 권한 및 처분 사유는 인정했지만, 처분 과정에서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경남기업과 대원건설산업은 공동수급체로서 국토교통부 산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도로 건설 공사를 수행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수요기관의 공사관리관이 연말 예산 소진을 위해 예정된 공사 금액보다 더 많은 기성금을 청구하도록 시공사에 요구하였고, 시공사는 이를 관행으로 여겨 실제 공사 진행률을 초과하는 금액을 기성금으로 청구하고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공동수급체가 회생 절차를 겪으면서 계약이 중도 해지되었고, 정산 과정에서 초과 기성금 지급 사실이 드러나 조달청이 경남기업에게 1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경남기업은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조달청장이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로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여부, 경남기업의 과다 기성금 청구가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경남기업에 대한 1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벗어났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조달청이 국가계약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계약 사무를 위탁받았으므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권한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과다 기성금 청구는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에 해당하여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수요기관의 예산 불용 방지 요청, 장기간의 관행처럼 초과 기성금을 지급받아 다음 해 동절기 공사에 사용한 점, 그리고 더 많은 금액을 과다 청구한 다른 공동수급체 구성원(대원건설산업)에게 최종적으로 1년간의 제한 처분이 내려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 1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벗어났거나 남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과 처분 사유의 존재는 인정하였으나, 처분 감경 사유가 충분히 존재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최대 기간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1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재고되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됩니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1항은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요청조달계약'의 근거가 됩니다. 이러한 계약에서 조달청장은 실질적인 계약의 당사자로서, 수요기관은 계약상의 수익자에 해당합니다.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일반적 근거 조항입니다. 이는 국가와 계약을 맺는 자가 계약의 체결이나 이행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러 국가에 손해를 끼쳤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국가가 발주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17호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구체적인 사유 중 하나로 '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입찰, 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경남기업의 실제 공사 진행률을 초과한 기성금 청구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제19호 (나)목은 국가에 10억 원 미만의 손해를 끼친 부정당업자에 대해 1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남기업이 초과 청구한 9억 8천9백만원은 이 기준에 해당했습니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4항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때, 그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 등을 고려하여 해당 법규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와 관련된 규정으로, 감경 사유가 존재할 경우 행정청이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계약법 제6조 제3항은 '중앙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소관의 계약에 관한 사무를 다른 관서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계약 사무를 위탁받은 조달청장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권한 또한 가진다고 해석하여,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법리: 행정청이 법규에 따라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할 때, 감경 사유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잘못 판단하여 감경하지 않은 채 법정 최고 한도의 처분을 내렸다면, 이는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거나 재량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아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또한, 의무 위반의 내용에 비해 제재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수요기관의 요구와 오랜 관행, 다른 공동수급체에 대한 처분과의 형평성 등을 감경 사유로 보아 조달청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건설사나 계약자는 발주처의 요구가 있더라도 실제 공사 진행률을 초과하는 기성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로 간주되어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라 할지라도 법적으로 부당하거나 위법한 행위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항상 계약 내용과 법령을 준수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제재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때는 해당 처분이 단순히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위반 행위의 동기, 경위, 결과, 그리고 다른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이 있었는지 여부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수급체의 경우, 한 구성원의 위법 행위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각 구성원의 책임 정도에 따라 제재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각 구성원이 청구한 허위 기성금의 규모 등 기여도에 따라 제재의 수위를 달리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