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동남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도매상들이 울산대학교병원의 2007년 및 2008년 의약품 구매 입찰에서 낙찰 받은 도매상이 기존 거래처인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하여 병원에 납품하는 이른바 '도도매 거래'를 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사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합의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주식회사 동남약품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해당 합의가 2007년과 2008년 입찰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보아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동남약품을 포함한 여러 의약품 도매상들은 2006년 울산대학교병원의 의약품 입찰이 실시된 다음 날인 2006년 6월 13일부터 약 1년간, 그리고 2007년과 2008년 입찰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도도매 거래' 합의를 실행했습니다. 이 합의는 입찰에서 낙찰 받은 도매상이 기존에 해당 제약사와 거래해오던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낙찰 단가대로 의약품을 구매한 뒤 병원으로부터 대금을 수령하면, 다시 그 도매상에게 낙찰 단가대로 금액을 송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도도매 거래' 방식은 입찰 경쟁에서 실제 낙찰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실상 모든 참여 도매상이 납품할 수 있게 하여 가격 경쟁의 의미를 퇴색시켰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동남약품이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부 판단에 대해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인 주식회사 동남약품과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울산대학교병원의 2007년 및 2008년 의약품 구매 입찰에서 도매상들 간의 '도도매 거래' 합의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단도 유지한 것입니다. 다만, 2006년 입찰과 전국 의약품 조달 시장에서는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원심의 판단 역시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모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약품 도매상들이 특정 병원의 의약품 구매 입찰에서 경쟁 없이 '도도매 거래'를 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합의는 낙찰자 선정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여 가격 경쟁을 저해하며, 합의가 없었더라면 더 높은 낙찰 인하율이 성립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사업자 간의 담합 행위가 경쟁 촉진적 효과보다 제한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될 때 규제 대상이 됨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 특히 제9호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한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도매상들의 '도도매 거래' 합의가 이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습니다. •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 상품의 특성 및 소비자의 선택 기준: 의약품이라는 특성과 병원의 구매 방식 등이 고려됩니다. •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당 합의가 시장의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 조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도도매 거래'로 인해 낙찰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거나 낙찰자 선정의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의 비교 형량: 합의가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예: 가격 경쟁 감소)와 동시에 효율성 증대와 같은 경쟁 촉진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두 효과를 비교하여 어느 쪽이 더 큰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도매상들이 주장하는 불가피성이나 낙찰가 인하 등의 경쟁 촉진적 효과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경쟁 제한적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 관련 시장 획정의 원칙: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이 문제 될 수 있는 '일정한 거래분야'인 관련 시장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구매자가 울산대학교병원으로 특정되고 거래 대상이 특정 의약품군에 한정되며 입찰 절차가 일반적인 의약품 거래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울산대학교병원이 실시하는 의약품 구매입찰시장'으로 관련 시장을 획정했습니다. 이러한 획정은 반드시 실증적인 경제 분석을 거치지 않아도 공동행위의 유형, 내용, 경제적 효과, 거래 현실 등에 근거하여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 절차적 방어권 보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분을 내릴 때 피고 사업자에게 해당 처분의 구체적 내용과 적용 법조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고 방어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적용한 법조항(제19조 제1항 제9호)이 심사보고서와 달랐지만, 원고가 해당 합의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하여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으므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암묵적 합의도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계약서나 구체적인 회의록이 없더라도, 여러 사업자들의 행동이 일관되게 특정 목적(예: 경쟁 회피)을 향하고 있다면 암묵적인 합의, 즉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입찰 후 '도도매 거래'도 주의해야 합니다: 입찰 과정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낙찰 후 의약품 공급 방식을 담합하여 가격 경쟁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도도매 거래'와 같은 행위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경쟁 제한 효과가 중요합니다: 어떤 합의가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보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불법적인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관련 시장 획정은 구체적 상황을 고려합니다: 입찰 시장과 같이 특정 구매자에 대한 특정 상품군에 대한 시장은 좁게 획정될 수 있으며, 이러한 좁은 시장 내에서 경쟁 제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체 시장 점유율이 낮더라도 특정 입찰 시장에서는 담합이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과징금 산정 시 합의 시점이 중요합니다: 담합 합의가 특정 입찰이 끝난 후에 이루어졌다면, 해당 입찰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아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합의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