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회사가 산업별 노동조합 지부의 조직형태 변경이 유효하다고 오인하여 해당 지부에 제공하던 인터넷 접속과 사무실을 폐쇄하고, 새로 설립된 기업별 노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한 행위가 기존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어 회사의 상고가 기각된 사건입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원고이자 상고인으로, 노동조합에 사무실 및 인터넷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한 회사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이자 피상고인으로,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에 대한 소송에서 피고가 된 행정기관입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외 7인 (피고보조참가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내에 지부를 둔 산업별 노동조합이며, 회사의 행위로 인해 운영에 개입당했다고 주장한 당사자입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한국산업기술평가원지부 (평가원지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산하의 지부로, 회사로부터 사무실 폐쇄 및 인터넷 접속 차단을 당한 기존 노동조합입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노동조합 (평가원 노조): 기존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근로자들이 설립을 시도한 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기존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한국산업기술평가원지부(평가원지부)에 압력을 가해 노조원들에게 불리한 단체협약 변경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불안을 느낀 노조원 상당수가 2003년 10월 22일 기존 노조를 탈퇴했습니다. 이 탈퇴한 근로자들이 재가입을 신청함과 동시에 기업별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형태 변경과 새로운 규약 제정, 집행부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평가원지부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탈퇴 근로자들은 2004년 9월 14일 별도로 임시총회를 열어 기업별 노동조합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노동조합(평가원 노조)을 설립하고 규약을 제정하며 임원을 선출했습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은 이 평가원 노조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했습니다. 이후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평가원 노조의 요청을 받아 2004년 9월 28일 평가원지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고, 같은 달 말경 평가원지부 사무실을 폐쇄했습니다. 또한 회사는 평가원 노조 설립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버스 임차료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산업별 노동조합 지부의 조직형태 변경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회사가 조직형태 변경이 유효하다고 오인하여 기존 노동조합의 편의시설 제공을 중단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한 행위가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고(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회사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상고에 따른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기업이 노사 관계에서 특정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이 유효하지 않음에도 회사가 이를 오인하여 기존 노동조합에 대한 편의 제공을 중단하고 새로운 노동조합을 지원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이 되는 법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것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및 제19조는 노동조합 규약 변경과 해산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합원 총회 또는 대의원회에서 재적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효력을 가집니다. 이 판례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별도로 모여 새로운 노조를 설립한 것을 기존 노조의 적법한 조직형태 변경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둘째,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2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개입하거나 지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기존 노동조합에 제공하던 사무실과 인터넷 접속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버스 임차료를 대납한 행위는 기존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하고 새로운 노동조합을 지배 또는 지원하여 노조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설령 회사가 조직형태 변경이 유효하다고 오인했더라도, 그로 인해 기존 노동조합의 운영을 방해하거나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한 사실이 있다면 부당노동행위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하는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따라야만 효력이 인정됩니다. 단순히 일부 조합원들의 집단 탈퇴 후 별도의 총회를 통해 조직 변경을 결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기존 노동조합의 적법한 조직형태 변경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설립, 운영, 단체행동 등 일체의 활동에 개입하거나 이를 지배,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노동조합에 편의시설 제공을 거절하거나 특정 노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항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관련 사안 발생 시 법적 효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