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학교법인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절차 위반을 이유로 거부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다툰 사건입니다. 전교조는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으로부터 교섭 권한을 위임받아 단독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학교법인들은 이를 교원노조법 위반으로 보아 교섭을 거부했습니다. 대법원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본질적인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형식적인 절차 위반만으로 사용자의 단체교섭 의무를 면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조직대상이 같은 두 교원 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이 있었습니다. 단체교섭을 위해서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교조는 전교조에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이후 전교조는 이 위임장을 첨부하고 위임의 취지를 명시한 채 단독 명의로 학교법인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학교법인들은 전교조의 단독 교섭 요구가 교원노조법상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학교법인들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습니다. 학교법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복수 교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 노동조합(한교조)이 다른 노동조합(전교조)에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뒤, 위임을 받은 노동조합(전교조)이 단독 명의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 교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교섭 요구인지 여부입니다. 또한, 이러한 교섭 요구 방식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원심판결(서울고법 2007. 4. 26. 선고 2004누17732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은 교원의 지위 특수성 등으로 인해 교원노조법이 교섭권한 위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지만, 조직대상이 같은 복수 교원 노동조합의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하며, 이때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에는 위임 등의 형식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한교조가 전교조에 교섭권한 등을 위임하여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루어졌고 위임 취지가 명시된 상태에서 교섭 요구가 이루어졌다면, 비록 단독 명의 요구라는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절차상 하자만을 이유로 학교법인의 교섭 거부를 정당하다고 본 것은 교원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및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고등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노법) 제81조 제3호: 이 조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 또는 기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교섭 시간과 장소, 교섭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4조 제2항: 교원노조법은 교원의 지위 특수성과 직무의 전문성 및 공공성을 고려하여 일반 노동조합과는 다르게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있어 교섭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관여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교섭위원은 해당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자와 그 조합원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교원노조법 제6조 제3항: 이 조항은 조직 대상이 같은 2개 이상의 교원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복수의 교원 노동조합이 단일한 교섭 주체를 구성하기 위해 위임 등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이 시행령 조항은 단일화된 교섭단이 교섭 요구를 할 때의 절차를 규정합니다. 원심에서는 이 조항 위반을 문제 삼았으나, 대법원은 위임 취지 명시 등 실질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교원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명확히 준수해야 합니다. 복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반드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요구해야 하며, 위임 형식으로 단일화를 진행할 경우 위임의 취지와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 관련 서류를 첨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교섭 요구 방식에 사소한 절차적 오류가 있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사실이 사용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었다면, 사용자는 형식적인 절차 위반만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사용자 측은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대해 형식적인 하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여부와 교섭 의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