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중 월북 혐의로 55년 전 유죄 선고된 어부의 재심 무죄 판결

1969년 어부 망 A는 어선 J호의 선원으로 조업 중 북한 해역으로 월선 및 월경하여 반공법과 수산업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의 아들 B가 2024년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 구금 등 절차적 하자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재심을 개시했습니다. 재심 재판에서 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망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 A: 1969년 어업 중 북한 해역으로 월선 및 월경했다는 혐의로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어부 (현재 사망)
• B: 망 A의 아들로, 아버지의 억울한 유죄 판결에 대해 2024년 재심을 청구한 사람
• 공동피고인들 (C, D, E, F, G, H, I): 망 A와 함께 어선 J호에 승선하여 동일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선장, 기관장 및 선원들

분쟁 상황

1968년 11월 8일, 피고인 망 A를 포함한 어선 J호의 선원들은 명태잡이를 위해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을 출항했습니다. 이들은 어로저지선인 북위 38도 34분 45초를 월선하여 그 이북 해역에서 조업하고, 당시 북괴의 불법 지배하에 있던 북위 38도 37분 15초, 동경 128도 33분 15초 해상으로 월경하여 탈출했다는 혐의로 반공법 위반 및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서는 1969년 10월 30일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1970년 2월 5일 확정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1969년 원심 판결의 증거들이 적법하게 수집되었는지 여부, 특히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어 이들의 진술이 증거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이 실제로 어로저지선 및 군사분계선을 월선하거나 월경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재심 개시 후 검사가 공소사실을 증명할 추가 증거를 제출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무죄로 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검사가 재심 개시 결정 이후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원래의 유죄 판결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진술 등 증거 능력이 없는 자료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 여러 정황상 피고인이 고의로 월선하여 조업한 것이 아니라 납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제440조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형사소송법 제422조 및 제420조 제7호 (재심사유)​: 이 조항들은 확정된 형사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그 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판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재심의 사유를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 판결의 증거 수집 과정에 불법 구금 등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점이 재심 개시 결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2.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선고)​: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기존 증거들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이 조항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 (판결 요지 공시)​: 이 조항은 무죄 또는 면소의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판결의 요지를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본 사건에서도 이 조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게 됩니다.
4. 형사법상의 증명책임 및 증거능력: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예: 불법 구금 상태에서 얻은 진술)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됩니다.

참고 사항

과거 국가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수사나 판결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된다면, 재심 제도를 통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불법 구금, 강압 수사, 조작된 증거 등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수십 년이 지난 후라도 재심 사유가 인정되어 판결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같은 기관의 조사 결과를 통해 과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재심 개시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의 조사 자료나 새롭게 발견된 증거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재심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의 증명 책임이 여전히 검사에게 있으므로,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설 정도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