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D교회 시무장로들이 담임목사를 상대로 목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장로들은 담임목사가 과거 분쟁 해결을 위해 맺은 합의를 위반하여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직무정지 기간에 설교하는 등의 행동을 했으며 총회에서 면직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담임목사가 합의 내용대로 정년 3년 전 조기 은퇴를 위한 당회 소집을 거부하여 신의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장로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담임목사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D교회에서는 2019년 장로 선거 과정에서 담임목사 측의 투표지 조작 의혹이 제기되어 장로들과 담임목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분쟁으로 인해 담임목사는 교단 재판국으로부터 정직 12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2020년 5월, 양측은 교단 화해중재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담임목사가 합의 내용을 위반하여 소송을 취하하지 않거나 직무정지 기간에 설교를 하는 등 불성실하게 이행했다고 장로들은 주장했습니다. 또한 합의서에 명시된 담임목사의 정년 3년 전 조기 은퇴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분쟁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담임목사가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 내용을 위반하여 담임목사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총회에서 담임목사에 대한 면직 결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면직 결의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담임목사가 합의에 따른 조기 은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고 그에 따라 담임목사 지위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채권자들이 예배 방해 및 시위 등의 행위로 교인으로서의 권리를 상실하여 가처분 신청의 당사자 적격이 없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담임목사의 직무를 정지해야 할 만큼 명확하게 그 권리관계가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시무장로들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다음의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이 조항은 분쟁 중인 권리관계가 본안 소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채권자가 입게 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또는 그 밖에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 법원이 임시로 특정 지위를 정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이러한 가처분은 매우 응급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이므로, 신청인이 주장하는 권리(피보전권리)와 그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증명(고도의 소명)이 요구됩니다. 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이해관계, 본안 소송에서의 승패 예상, 기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2. 총회 헌법 권징조례 제19조 (교단 내부 규정): 이 조례는 교단 내에서 발생한 사건의 재판 관할을 규정합니다. 일반 신도에 관한 사건은 해당 교회 당회(지교회 의사결정 기관)가 직접 관할하며, 목사에 관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노회(지방 교회를 아우르는 기관)에서 담당합니다. 총회가 목사 사건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경우는 노회가 총회의 명령에 불복하거나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총회의 면직 결의가 있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교단 헌법상 총회가 목사를 직접 면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장로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총회 헌법 정치 제4조 제4호 (원로목사 추대 관련 규정): 이 조항은 동일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노회에 사임을 제출할 때, 교회가 그 목사를 명예로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공동의회를 소집하여 생활비를 책정하고 원로목사로 투표하여 과반수로 결정한 후 노회에 청원하여 노회의 결정으로 원로목사 명예직을 줄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합의서에 담임목사의 조기 은퇴 및 원로목사 추대 조항이 있었지만, 관련 절차 진행 과정에서 당사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고, 법원은 이러한 상황만으로 담임목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합의에 따른 조기 은퇴를 거부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교회 내 분쟁 발생 시 합의서 작성은 중요하지만, 합의서 내용이 교단 헌법이나 권징조례 등 상위 규범에 저촉되거나 그 절차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법적 효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목사의 면직이나 교인의 권리 정지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교단 헌법에 명시된 적법한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하며, 단순히 사적인 합의만으로는 효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또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본안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신청인이 입을 현저한 손해를 막기 위한 응급적인 조치이므로, 그 필요성과 주장하는 권리(피보전권리)에 대해 높은 수준의 소명이 요구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더라도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어느 일방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