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골프 경기 중 캐디가 경기 보조원으로서 플레이어의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한 플레이어가 친 공이 빗맞아 다른 플레이어의 얼굴을 맞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캐디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되었으나 법원은 캐디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1년 8월 25일 오전 6시 58분경 비가 오는 경북 영천시 C 골프장에서 피고인 A 캐디는 피해자 D와 그의 일행 E 등 3명의 골프 경기를 보조했습니다. 당시는 비가 내려 공이 빗맞을 확률이 높았으므로 캐디에게는 경기자의 안전 관리 업무상 주의의무가 요구되었습니다. 같은 날 오전 9시 40분경 11번 홀에서 E이 공을 쳤는데 이 공이 빗맞아 E의 우측 전방 약 25~40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피해자 D의 얼굴을 가격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 D는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관골궁 골절상 등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캐디 A가 E의 뒤로 물러나게 하거나 E이 공을 치는 것을 제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캐디가 골프 경기 중 경기자의 안전 관리라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 기준 및 형사 재판에서의 범죄 사실 입증의 정도
피고인 캐디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캐디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적법 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기반합니다. 첫째 피해자와 G의 진술에 반하여 E의 진술과 피해자가 공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정황 등을 종합하여 캐디가 '공 칩니다. 공 보십시오'라고 주의를 주었으며 피해자도 공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캐디 업무지침상 2번째 샷 이후에는 다른 동반자들이 반드시 뒤에 대기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부득이하게 플레이어보다 앞에 위치할 경우 볼에 주의를 주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셋째 피해자 및 다른 일행들이 상당한 실력의 골퍼들이었고 캐디가 이전에 앞으로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음에도 이를 듣지 않았던 점 공이 올 수 없는 안전한 곳이라 생각되는 장소에 서 있었으며 피해자 스스로 공을 주시하다 피하려 했으나 맞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처럼 검사의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아 무죄를 선론했습니다.
본 사건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것으로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상)에 따라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업무상 과실'이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업무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갖춘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2236 판결 참조). 만약 검사의 증명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 이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캐디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형사 사법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골프 경기 중 공에 맞는 사고는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캐디와 플레이어 모두 주의의무를 가지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합니다. 캐디는 경기 진행 보조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플레이어 역시 공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골프 경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캐디가 충분히 주의를 환기했음에도 플레이어가 안전 수칙을 따르지 않거나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던 상황에서는 캐디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골프장 이용 시에는 캐디의 지시와 함께 스스로의 안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비 오는 날 등 기상 악화 시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