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25톤 대형트럭 운전자가 신호대기 중이던 앞차를 충격하고도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장을 이탈한 사건입니다. 1심에서 유죄 및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은 사고 미인식 주장을 배척하면서도 피해자와의 합의, 상해 정도, 보험 가입 등의 사유를 참작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형의 선고유예를 결정했습니다.
피고인 A는 25톤 대형트럭을 운전하던 중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 D의 차량 후미를 충격했습니다. 피해 차량은 약 3~4초간 좌우로 흔들리며 앞으로 밀려났고, 피고인 차량은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그대로 사고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당시 과속방지턱이나 맨홀 뚜껑을 넘는 듯한 '덜컹'하는 느낌만 받았을 뿐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사고 당시 '머리가 쾅 할 정도로 느껴졌고 핸들이 흔들려 추가 사고를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으며 블랙박스 영상에도 피해 차량이 수 초간 흔들리며 오른쪽 길가로 밀려나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차 중이던 피해 차량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차량 특성상 운전자에게 충격이 적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자주 다니던 길에 과속방지턱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현장을 이탈했는지 여부와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이 적정한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벌금 500만 원)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의 발생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후 피고인의 도주 범의가 약한 점,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여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500만 원의 형을 선고유예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는 충격이 경미하게 느껴졌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정차하여 현장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대형 차량 운전자는 차량 특성상 충격이 덜 느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사고 인지 후 필요한 조치(사상자 구호, 경찰 신고 등)를 이행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에 따라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현장을 떠난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도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와 피해 회복 노력이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 종합보험 가입 여부 등도 형량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