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주식회사 D에 대한 신용보증을 통해 농협 대출을 보증한 신용보증기금(원고)은 D회사가 채무를 갚지 못하자 대신 2억 7천여만 원을 변제하고, D회사의 연대보증인인 B에게 구상금 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고가 구상금 채권을 확정받기 전 B는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던 광양시 소재 토지 지분(이 사건 지분)을 피고 A에게 매매 형식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들을 해할 목적으로 해당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계약을 취소하고 등기를 말소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지분이 원래 종중의 명의신탁 재산이었고, B는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으로서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종중의 종원인 자신에게 이를 반환한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B와 피고 사이의 매매가 종중의 명의신탁 재산 반환 의무를 이행한 것이며,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D가 2020년 3월경 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보증기금(원고)이 2억 8,500만 원의 신용보증을 했고 B는 연대보증을 했습니다. D회사가 2020년 8월 5일 원리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자, 원고는 2020년 9월 7일 농협에 270,515,015원을 대위변제했습니다. 한편 B는 2020년 6월 19일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던 광양시 C 답 1,501㎡ 중 500/1501 지분(이 사건 지분)을 피고 A에게 매매 형식으로 이전하고 2020년 6월 25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원고는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원고에게 구상금 채무가 발생하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이는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 취소 및 등기말소 절차 이행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지분이 원래 F종중의 명의신탁 재산이었고, B는 명의수탁자의 상속인으로서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실질적 소유주인 종중의 종원인 자신에게 반환한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채무자 B가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구상금 채무가 발생하기 전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던 토지 지분을 피고 A에게 이전한 행위가 민법상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해당 토지 지분이 명의신탁된 종중 재산이었을 경우, 그 반환 행위를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인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증거(토지 매매 경위, 자금 흐름, 종중 재산 현황 서류, 경작자의 직불금 납부 내역 등)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B와 피고 사이의 토지 지분 매매는 이 사건 종중의 명의신탁 재산 반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B와 피고에게 채권자(원고)를 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매매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익자나 전득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으로 인하여 채권자를 해함을 알았을 경우에 한합니다. 이 규정은 채무자가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줄여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킬 수 없게 만들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사해행위의 판단 기준과 명의신탁 재산 반환의 예외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여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 경우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재산을 처분하여 다른 채권자의 채권 만족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1다35884 판결 등)에 따르면,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신탁행위에 기한 반환 의무의 이행으로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행위 또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그 등기를 회복하는 중간단계로서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행위는 기존 채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B가 이 사건 지분의 실질적 소유자가 아닌 명의수탁자(I)의 상속인으로서, 실제 소유주인 종중에게 명의신탁된 재산을 종중의 종원인 피고 A에게 반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B의 개인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명의신탁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사해행위의 핵심 요소인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명의신탁 관계가 명확히 입증된다면, 등기명의인이 실소유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행위는 개인적인 재산 처분이 아닌 기존의 법적 의무 이행으로 보아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가 아니라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만약 자신이 채무를 갚기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명의신탁된 재산을 실소유자에게 돌려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재산이 명의신탁된 것임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산의 취득 경위, 매수 자금의 출처, 세금 납부 내역, 재산 관리 주체, 종중회의록 등 명의신탁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객관적인 자료를 보관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명의수탁자(등기 명의인)의 상속인이 재산을 반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명의신탁 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충분해야 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의사(사해의사)를 가지고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 성립하므로, 명의신탁된 재산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채권자를 해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