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소속 회사와의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최저임금 및 이에 따른 퇴직금 차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으나 항소심은 퇴직금 수령 시의 부제소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실제 근무 형태 변화, 택시 요금 인상, 호출 앱 보편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였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이었습니다. 피고는 택시기사들에게 총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사납금)을 납입받고 나머지를 수입으로 하며, 사납금을 재원으로 기본급 등 고정급을 지급하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해왔습니다. 2007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다'는 특례조항이 신설되었고, 청주시에서는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특례조항 시행 이후, 노동조합과 피고는 2014년 일 5시간 30분이었던 소정근로시간을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단축하여 2019년에는 일 3시간 30분까지 변경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5년 소정근로시간(일 5시간 30분)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미지급 최저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습니다.
퇴직금 수령 시 작성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치 않겠다’는 부제소 특약의 유효성 여부와, 일반택시운송사업의 최저임금 특례조항 신설 이후 노사 간 합의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퇴직금 지급 신청서에 기재된 ‘민형사상 이의 제기 불가’ 문구가 포괄적이고 당사자가 처분할 수 없는 법률관계(최저임금 미달분)까지 포함하므로 부제소 합의는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과의 객관적 차이, 택시 요금 인상 및 호출 앱 보편화 등으로 인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실질적 변경, 노사 합의 경위,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탈법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최저임금 미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모든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퇴직 시 '민형사상 이의 제기 불가'와 같은 서류에 서명할 때는 그 내용이 포괄적이고 법정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권리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가 보장하는 권리를 포기하는 합의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택시운송업과 같이 최저임금 산정방식에 특례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또는 노동조합) 간의 임금협정과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것인지는 매우 복합적으로 판단됩니다. 단순히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탈법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근무 형태의 실제 변화(요금 인상, 호출 앱 사용 등), 임금협정 당시의 최저시급과의 비교,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최소한의 기준운송수입금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유효성을 판단합니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임금 및 근로시간 관련 합의 시 해당 합의가 최저임금 수준을 실질적으로 저하시키지 않는지, 강행법규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하며, 사업주 또한 법규 위반의 소지가 없는 합리적인 임금 및 근로시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