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사건 피보험자인 환자들과 실손의료비 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사입니다. 피고 의료법인 B는 환자들에게 고주파 열치료술(PERA)을 시행하고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병원의 운영자입니다. A사는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B병원에 지급한 진료비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환자들로부터 그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양수받아 B병원을 상대로 66,100,000원의 양수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사와 환자들 사이의 채권 양도 계약이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한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 A사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B는 이 사건 피보험자들(환자들)에게 '고주파 열치료술(PERA)'을 시행한 후 'SZ083코드'를 적용하여 법정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했습니다. 환자들은 이 진료비를 부담했고, 이후 원고 A 주식회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PERA 시술이 '추간판 내 고주파 열치료술(IDET)'과는 다른 시술이며,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않은 상태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환자들로부터 피고에게 지급한 진료비 중 보험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양도받아, 피고를 상대로 66,1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 보험사가 피보험자인 환자들로부터 의료기관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양수받은 행위가 '소송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소송신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소송신탁으로 인정되면 채권 양도가 무효가 되어 소송 자체가 부적법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들로부터 부당이득 반환 채권을 양수받은 행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었고, 본안 판단(피고의 진료비 청구가 부당이득인지 여부)에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로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의료법인 B로부터 66,100,000원의 양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었고, 소송에 필요한 비용은 원고가 모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신탁법 제6조(소송신탁의 금지)의 법리가 유추 적용되었습니다. 신탁법 제6조는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사자 적격이 없는 자가 소송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소송 제도의 남용이나 소송 부추김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채권 양도가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채권 양도 계약이 체결된 구체적인 경위와 방식, 채권 양도 이후 소송 제기까지의 시간적 간격, 양도인(환자)과 양수인(보험사) 간의 관계 등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보험사가 다수의 환자들과 정형화된 양식을 이용해 단기간에 채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환자들에게 '채권 양도에 서명하지 않으면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하고 개인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점 등이 소송신탁에 해당하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들을 통해 피보험자들이 소송 당사자가 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보험사가 제시한 채권 양도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판단, 결국 이 채권 양도는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아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개인이 직접 의료기관에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 보험사가 제시하는 채권 양도 계약에 서명하기 전에는 해당 계약의 목적과 법적 효력, 그리고 본인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소송을 대신해주는 형태의 채권 양도는 법원에서 '소송신탁'으로 판단하여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시술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 청구가 적정한지 의문이 들 경우, 해당 시술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았는지, 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적절하게 청구된 것인지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채권 양도 계약은 양도인(환자)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압박이나 강요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보험금 반환 의무 발생 가능성 등을 들어 채권 양도를 유도하는 설명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