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 A 주식회사가 충북지방조달청장과 활성탄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 현지 업체의 생산 중단으로 활성탄 납품이 지연되었습니다. 피고인 충북지방조달청장은 계약상 명시된 지연배상금률에 따라 총 107,038,390원의 지연배상금을 부과한다고 원고에게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지연배상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와의 계약은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며, 지연배상금 부과는 공권력 행사가 아닌 사법상 재산권 행사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7년 6월 7일 충북지방조달청과 활성탄 1,350m²에 대한 물품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금액은 1,673,249,000원, 납품 기한은 2017년 10월 5일, 지연배상금률은 0.08%였습니다. 원고는 1차로 500m²를 납품했으나, 나머지 850m²는 중국 현지 계약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납품이 지연되었습니다. 피고와 원고는 2017년 9월 29일 납품 기한을 2018년 11월 30일까지로 변경했지만, 원고는 다시 2017년 11월 15일 납품 기한을 2018년 1월 24일로 추가 연장 요청했습니다. 수요기관은 이미 납품 기한을 연장한 바 있고, 추가 연장 시 준공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2018년 3월 16일에야 나머지 활성탄을 납품했고, 피고는 2018년 8월 27일 원고에게 계약 금액에 지연배상금률 0.08%와 지체 일수 127일을 적용하여 총 107,038,390원의 지연배상금을 부과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 지연배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약 상대방에게 물품 납품 지연을 이유로 부과한 지연배상금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행정처분으로 보고 취소를 구했으나, 피고는 사법상 계약에 따른 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지연배상금을 부과 통보한 것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부담한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와 사인(개인이나 회사) 간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사법(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법상 계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연배상금은 계약 이행을 확보하고 손해를 보전하는 사법상 손해배상 예정의 성격을 가지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부과하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상의 재산권 주체로서 행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지연배상금 부과로 인해 원고의 판매자 지위가 직접적으로 제한되거나 모든 계약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며, 부정당업자 제재와 달리 사전 통지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따른 계약의 성격과 지연배상금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지방계약법상의 계약의 성격: 대법원은 지방계약법에 따른 계약은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와의 계약이라고 해서 모두 공법상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내용과 목적에 따라 사법상 계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지연배상금의 법적 성질: 지방계약법 제30조에서 규정하는 '지연배상금'은 계약 상대방의 의무 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를 보전하는 '사법상의 손해배상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집니다. 따라서 지연배상금의 부과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상의 재산권 주체로서 행위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분쟁은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행정처분과의 구별: 이 사건 지연배상금 부과 통보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른 수의계약 배제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는 행정기관의 '내부 규정'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로 인해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이 직접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며, 이는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지방계약법 제92조)과 같은 '행정처분'과는 다릅니다. 행정처분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여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거래정지조치'는 판매자의 지위 자체를 제한하고 관련 법에 사전 통지 절차(행정절차법 제21조와 유사)가 마련되어 있어 행정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 사건 지연배상금 부과는 그러한 직접적인 제한이나 사전 통지 절차가 없어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의 조치가 '공권력 행사'인지 아니면 '사법상 계약 이행'에 따른 것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연배상금과 같이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를 전보하는 성격의 통보는 대부분 사법상 계약 관계로 보아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반면,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거래정지 등과 같이 계약 상대방의 '지위 자체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조치는 행정처분으로 보아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 시 법률을 근거로 한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과 효과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부 규정(예규 등)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인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지 아니면 사실상 간접적인 효과에 불과한지 구별해야 합니다.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 이행이 어렵다면, 사전에 충분한 서면 증빙을 통해 계약 변경이나 면책 사유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만약 거부된다면 그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