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당초 계획했던 640세대보다 70세대 줄어든 570세대로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여 인가받자, 정비구역 내 다수의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 A 주식회사와 조합 설립 후 아파트 1호실을 양수한 B 씨가 해당 사업시행계획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 B 씨의 경우,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추가 분양 기회를 얻어 아파트 1세대를 배정받게 되어 사업시행계획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했습니다. 반면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에 대해서는,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수립에 있어 조합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며, 세대수 감축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고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되거나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창원시 C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18년 2월, 총 640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2019년 9월 조합설립 창립총회와 2019년 12월 시공자 선정 정기총회에서도 640세대 건설 계획이 안내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조합은 2020년 11월 정기총회에서 총 세대수를 570세대로 70세대를 감축하고, 평형별 세대수도 변경(59형 감소, 84형 2배 증가)하는 내용의 사업시행계획(안)을 가결했습니다. 이에 정비구역 내 여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던 조합원 A 주식회사는 세대수 감축이 부당하며, 자신과 같은 다물권자의 분양신청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사업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A 주식회사로부터 조합설립인가 이후 아파트 1호실을 양수한 B 씨는 조합으로부터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세대수 감축으로 인해 자신의 분양신청권이 박탈되었다며 함께 사업시행계획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당초 계획했던 세대수(640세대)보다 70세대를 감축(570세대)하고 평형 구성을 변경한 사업시행계획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법하게 수립된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정비구역 내 다수의 주택을 소유한 이른바 '다물권자'인 원고 A 주식회사가 소유 주택 수만큼 분양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그리고 조합이 과거에 제시했던 계획에 대한 신뢰보호 원칙이 위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조합설립인가 후 아파트를 양수한 원고 B 씨가 사업시행계획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 즉 '소의 이익'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B 씨가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인해 추가 분양을 받을 기회를 얻었고 실제로 아파트 한 세대를 배정받았으므로, 더 이상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B 씨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법적 규제 변경과 용적률 인센티브 변경 등을 고려하여 세대수를 감축한 것은 조합의 광범위한 재량 범위 내에 해당하고, 과거의 협약 내용만으로는 다수의 분양권을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신뢰보호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도시정비법상 다물권자에게 1주택 초과 분양권을 당연히 인정하는 규정이나, 사업시행계획 단계에서 다수의 분양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되거나 관련성이 있는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조합원 자격): 정비사업의 조합원은 토지등소유자로 하되, 예외적으로 투기과열지구 등에서는 조합설립인가 후 1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건축물 등의 소유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경우 이들을 모두 조합원으로 보지 않거나 대표자 1명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고 B 씨의 조합원 자격 문제가 이 조항과 관련됩니다.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 (1주택 공급 원칙): 원칙적으로 1세대 또는 1명이 하나 이상의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한 경우 1주택을 공급하고, 같은 세대에 속하지 아니하는 2명 이상이 1주택 또는 1토지를 공유한 경우에는 1주택만을 공급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원고 A 주식회사의 '다물권자'로서의 분양신청권 주장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7호 다목 (신설규정, 원고 B 관련): 2022년 2월 3일 신설된 규정으로, 과밀억제권역 외의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1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소유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경우에는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각각 1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신설 규정 덕분에 원고 B 씨에게 분양신청권이 부여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건축법 제64조 제3항 (피난용 승강기 등): 건축물의 피난용 승강기 설치 등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법률의 개정은 피고 조합이 세대수를 감축한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행정계획에 대한 형성의 자유와 이익형량 원칙 (원고 A 관련): 행정청(여기서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실질적인 사업계획 수립 주체)이 행정계획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에는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재량, 즉 '형성의 자유'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며, 해당 계획과 관련된 공익과 사익을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비교·교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이익형량의 원칙). 만약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이익형량을 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 결정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게 됩니다. 이 원칙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의 위법성 주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신뢰보호 원칙 (원고 A 관련): 행정청이 개인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고,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어떤 행위를 하였는데, 그 후 행정청이 종전의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하여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과거 협약 내용에 대한 신뢰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구체적인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의 이익 (원고 B 관련):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그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처분 후의 사정으로 인해 권리와 이익의 침해 등이 해소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한 소송이 됩니다. 원고 B 씨의 소 각하는 이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은 조합이 도시정비법령의 범위 내에서 비교적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수립하는 행정계획입니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상 세대수 변경이나 평형 조정 등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법규정의 변경(예: 건축법 개정으로 인한 피난용 승강기 설치 의무), 용적률 인센티브 변경 등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뒷받침된다면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자격과 분양권은 도시정비법 및 조합의 정관에 따라 엄격하게 결정됩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와 '조합설립인가 후 건축물 소유권 양수' 등의 시기와 상황에 따라 조합원 자격 인정 여부와 분양권 부여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물권자'(여러 주택을 소유한 조합원)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1주택만 공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다수의 분양권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근로자 숙소 등 특정 용도로 소유한 경우에 한해 다수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수 있으나, 이는 조합의 재량에 속합니다. 소송을 제기할 때는 해당 처분으로 인해 자신이 입는 불이익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불이익이 소송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지('소의 이익')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법률 개정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불이익이 해소되었다면 소의 이익이 없어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