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상어 공급 지연과 폐사 발생 후 보상 약정금 청구 승소 판결

이 사건은 철갑상어 공급 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피고의 사정으로 인해 철갑상어 공급이 지연되던 중 양식 중이던 철갑상어가 집단 폐사하자, 피고가 이에 대한 보상을 약정한 '정산확인서'를 근거로 약정금 3억 2천만 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약정금 3억 2천만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영어조합법인: 철갑상어 등 수산물 생산, 가공, 출하를 주된 영업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피고에게 철갑상어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B 주식회사: 농, 축, 임, 수산물 유통을 주된 영업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원고로부터 철갑상어를 공급받기로 계약했으나 공급을 지연시키고 이후 폐사한 철갑상어에 대한 보상을 약정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A영어조합법인은 2017년 1월 13일 피고 B 주식회사와 철갑상어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내용은 피고가 원고에게 철갑상어를 주문하고 원고는 치어를 육성하여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2017년 기준 출하 물량 10톤, 1kg당 16,000원, 출하 시 대금을 정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이에 따라 치어 20,000마리를 구매하고 육성했습니다. 2017년 6월 원고는 철갑상어 350마리를 피고에게 공급했으나, 2017년 7월 피고의 양어장이 수해 피해를 입어 철갑상어 입고가 어렵게 되자 피고는 2018년 11월경까지 입고 시기를 조절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응하여 철갑상어를 계속 육성했으나, 2018년 7월부터 9년생 이상 철갑상어 6,570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1년 1월 29일 원고에게 '2018년 집단 폐사한 철갑상어 6,570마리에 대한 책임으로, 피고가 청주시청과의 소송에서 손실액 금원이 확정되어 정산 받았을 경우 즉시 원고에게 시베리아 철갑상어 20톤의 계약서 가격과 동일한 금액을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정산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원고는 이 정산확인서를 근거로 20톤에 해당하는 3억 2천만 원(= 20,000kg × 16,000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으며, 정산확인서의 조건(청주시청과의 소송)이 불가능해지거나 합리적인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아 이행 기한이 도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가 작성해 준 '정산확인서'에 따라 철갑상어 집단 폐사에 대한 보상 약정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와, 약정서에 명시된 '청주시청과의 소송으로 인한 손실액 확정'이라는 부관(조건)의 성취 여부 또는 그 조건이 합리적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거나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3억 2천만 원 및 이에 대한 2023년 1월 30일부터 2023년 7월 20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위 금액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철갑상어 집단 폐사에 대한 약정금 3억 2천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는 계약 이행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후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법 제538조 제1항 (채권자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이 조항은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이행을 제공했으나 상대방(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그 이행을 받을 수 없게 되어 결국 채무자의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반대급부(예: 대금 지급)를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례에서는 피고의 수해로 인한 입고 조절 요청이 있었고, 이는 철갑상어 공급 지연에 대한 피고 측의 귀책 사유 또는 채권자 지체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직접적인 폐사 원인은 아니었더라도, 철갑상어가 원고의 양식장에 계속 머물게 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 민법 제400조 (채권자지체)​: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무 내용에 따른 이행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이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이행이 지연되는 경우를 '채권자지체'라고 합니다. 채권자지체가 발생하면 채무자는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으며, 오히려 채권자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피고가 수해로 인해 철갑상어 입고를 지연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은 채권자지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철갑상어의 양식 및 관리 부담이 원고에게 계속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법령들은 초기 공급 지연 상황의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으나, 이 사건의 핵심은 피고가 폐사 이후 작성해 준 '정산확인서'에 따른 약정금 지급 의무입니다. 원고는 이 정산확인서에 포함된 '청주시청과의 소송 결과'라는 부관(조건)이 상당한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거나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약정금 지급 의무가 이행 기한이 도래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에게 약정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이는 계약 상의 조건이 불확실할 때 그 해석과 이행 기한의 도래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 내용의 명확화: 어떤 종류의 계약이든 계약 시 공급 물량, 시기, 가격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재해, 보관 문제 등)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처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량 거래에서는 더욱 필수적입니다.
2. 공급 지연 및 입고 조절 요청 시 문서화: 상대방의 사정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변경될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요청과 합의 내용을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구두 약속은 추후 분쟁 발생 시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3. 손실 발생 시 책임 분담 및 보상 약정: 재해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당사자가 아닌 경우라도 상대방과의 관계 유지 및 신뢰를 위해 손실 분담이나 보상 약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약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불확실한 조건을 포함할 경우 해당 조건의 성취 여부 판단 기준 및 불성취 시 대안을 명시해야 합니다.
4. 조건부 약정의 해석: 본 사례처럼 '특정 소송의 결과'와 같이 불확실한 조건을 담은 약정의 경우, 그 조건이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면 약정의 이행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설정할 때는 조건의 기한을 정하거나, 조건이 불성취되었을 때의 대처 방안을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5. 피해 사실 및 손실액 증빙: 물품 폐사나 손실 발생 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사진, 영상, 폐사 신고 서류, 매립 확인서 등)를 철저히 확보하고 손실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추후 보상 청구 또는 소송 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