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우울증을 겪던 미성년 자녀가 투신 사망하자 부모가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회사는 자살 및 피보험자 동의 없는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자녀의 사망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미성년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었던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보험 모집인이 서면 동의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된 점을 인정하여 보험회사에 보험계약자인 아버지에게 3,5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07년 4월 5일 피고 C화재보험 주식회사와 자신의 자녀인 망 D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상해사고로 사망 시 1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망 D는 부모의 이혼 후 불안정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2011년부터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2년 1월 5일, 망 D는 군산시에서 1층 화단으로 투신하여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부모인 원고 A와 B는 사망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 보험회사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자살이며 당시 망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미성년 피보험자인 망 D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보험금 지급 또는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투신 사망한 경우 보험 약관상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보아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미성년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체결된 사망 보험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와, 보험 모집인이 피보험자 서면 동의의 필요성을 보험계약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그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보험금 지급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 A에게 예비적 청구(손해배상 청구)에 따라 3,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2년 1월 5일부터 2014년 9월 2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 A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와 원고 B의 예비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 A와 피고 사이에 생긴 비용 중 3/10은 원고 A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며, 원고 B와 피고 사이에 생긴 비용은 원고 B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우울증을 앓던 자녀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보아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미성년 피보험자(자녀)의 서면 동의 없는 보험계약은 상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보험 모집인이 보험계약자(아버지 A)에게 피보험자 동의의 필요성을 설명할 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 점을 인정, 보험회사는 아버지 A에게 보험금의 70%인 3,5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어머니 B는 보험계약자가 아니므로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 주요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나 고의적인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강행규정으로, 이를 위반한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망 D는 미성년자였는데, 법원은 미성년자의 경우에도 본인의 서면 동의가 필수적이며, 법정대리인(아버지 A)의 동의만으로는 유효한 계약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보험 모집인이 보험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 모집인은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여부와 같은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유효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보험 모집인이 보험계약자인 아버지 A에게 망 D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되었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 모집인의 사용자로서 아버지 A에게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판례는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를 '우발적인 사고'로 보아 보험금 지급 사유인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 D의 우울증 발병 시기, 치료 경과, 사망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망 D가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인 자살이 보험 면책 사유인 것과 달리, 정신적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피보험자 본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피보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며, 미성년자 본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보험 계약을 맺을 때는 보험 모집인이나 설계사의 설명을 단순히 믿기보다, 약관의 중요 내용 특히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및 '계약의 유효 요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 모집인이 중요한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보험계약자가 손해를 본 경우,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보험계약자 본인의 주의의무 소홀도 함께 고려되어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은 보험 약관상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정되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관련 증거 자료(진료 기록 등)를 잘 보관해야 합니다.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경우, 보험업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주로 보험계약자에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각자의 입장에 따라 법적 권리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