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인 근로자 A가 피고인 자동차 제조업체 B 주식회사 공장에서 근무하며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앓게 되었다며 안전배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3,01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으나 피고 회사(사용자)의 과실과 질병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08년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약 3년간 엔진조립 부서에서 이후 약 1년 3개월간 실린더블록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원고는 엔진 조립 및 검사 작업 유기용제를 사용한 호스 세척 작업 실린더블록 세정 및 엔진오일 도포 작업 세정기 청소 작업 등을 수행했습니다. 2012년 5월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감소 증상이 발견되었고 6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7년 요양급여를 신청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 요양승인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가 유해물질 관련 작업을 고지하지 않고 안전 교육 및 보호장구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유해물질(벤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에 노출되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발생과 피고 회사의 유해물질 노출 및 안전배려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 인정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인정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정 유해물질 노출만으로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유해물질이 노출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고 원고의 벤젠 노출 수준이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역학조사에서도 업무와의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원고의 흡연 이력 업무 강도가 과도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원고의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안전상의 조치 등):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 기구 설비 또는 건축물 등에 의한 위험 예방 조치를 해야 하며 작업에 따른 유해 요인을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등의 안전 및 보건상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유해물질 관련 고지 교육 보호장구 지급 의무 등을 위반하여 이 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 사업주는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안전배려의무)를 가집니다.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민법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에서의 인과관계 입증: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과실(여기서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등)과 자신의 손해(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경우 특정 요인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대법원은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단순히 특정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며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질병 발생률 비교 개인의 노출 시기 및 정도 발병 시기 이전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질병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여 인과관계의 개연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질병 인정과의 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묻지 않고 보상하는 사회보장적 제도입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사업주의 과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질병과 업무 관련성 입증의 어려움: 암이나 희귀질환과 같이 원인이 복합적이고 불분명한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 단순히 특정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질병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노출 시기 및 정도 발병 시기 건강 상태 생활 습관 가족력 등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인정과 민사상 손해배상의 차이: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인정'은 근로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이 질병 발생의 원인이라는 점을 근로자가 명확히 입증해야 하므로 산재 인정과는 별개로 인과관계 입증 난이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작업환경 측정 기록 확인: 작업장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회사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중요합니다. 노출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는지 해당 물질이 질병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의 건강 및 생활 습관 요인: 흡연 음주 가족력 등 개인의 건강 및 생활 습관 요인도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직업적 노출로 인한 발병임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