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피고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로 근무했던 원고들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피고는 원고들이 독립된 사업자이거나 다른 회사 소속이라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 실질적인 사용자가 피고 회사라고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로 근무하다 퇴사하면서,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자이거나, 설령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아닌 별개 법인인 (주)K의 근로자이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측으로부터 제품 교육을 받고, 팀장에게 인사와 교육, 업무 지시 및 영업목표 달성 압박을 받았으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장소에 구속되고 지문 인식으로 근태 확인, 지각 벌금 및 결근 공제까지 적용된 점을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업체로부터 제공받는 고객 명단(DB)에 의존하여 영업하고 사무실 비품을 이용했으며, 다른 소득 활동이 허용되지 않고 기본급을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피고 대표 M이 과거 운영했던 개인기업들과 피고가 사업의 실질을 계속 유지해왔으며, (주)K는 편의상 설립된 법인일 뿐 고용의 실질을 승계하지 않았으므로, 실질적인 사용자는 피고 J 주식회사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피고가 제기한 신의칙 위반 주장 또한, 근로자의 법적 권리 행사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해당한다면 원고들의 사용자가 피고 J 주식회사인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J 주식회사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 A에게 12,561,464원, B에게 45,206,493원, C에게 26,225,247원, D에게 15,072,590원, E에게 58,366,641원, F에게 45,128,864원, G에게 12,945,734원, H에게 38,495,090원, I에게 35,018,898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6년 11월 10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와 그 판단 기준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여러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첫째,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 둘째,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셋째,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넷째,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다섯째,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여섯째,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일곱째,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이 외에도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피고의 항변으로 언급되었으나,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권리 청구를 신의칙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고용 계약의 형태가 도급 계약이나 위탁 계약과 같이 보일지라도, 그 실질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관계에 해당한다면 법적으로 근로자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서의 내용보다도 업무 지시와 감독 여부, 근무 시간과 장소 구속 여부, 개인 사업자로서의 독립성 여부, 보수의 성격(근로의 대가인지, 사업 이윤인지), 계속적인 근로 제공 여부 등 여러 경제적 사회적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집니다.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었다거나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점, 또는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쉽게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업체의 명의나 형태가 바뀌었더라도, 사업의 실질이 바뀌지 않고 기존의 근로관계가 승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면,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퇴직금 등의 법적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회사 측에서 근로자가 과거에 다른 사업자 지위를 요구했었기 때문에 퇴직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법령으로 보장되는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막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