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택시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운전기사들은 회사가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무 형태와 무관하게 형식적으로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운전기사들과의 합의서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부제소 합의를 주장했고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유효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2019년 10월까지의 임금 청구에 대해서는 부제소 합의를 인정하여 각하했으나 이후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에 대해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와 운전기사들은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습니다. 2007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택시 운전기사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의 70%)을 제외하는 특례조항(제6조 제5항)이 신설되었고, 이는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안산시에서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기 위해 고정급을 인상하거나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0년 7월 28일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기존 6시간 40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하는 임금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12년, 2014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걸쳐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2시간 40분, 2시간 30분, 2시간 등으로 지속적으로 단축하고 사납금 액수도 변경하는 임금협정들을 체결해왔습니다. 운전기사들은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9년 11월부터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한편, 회사는 운전기사들이 2019년 10월경 합의금을 지급받고 2019년 12월 31일까지의 임금 채권에 대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를 했으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거 임금 채권에 대한 부제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의 효력 범위입니다. 둘째, 택시 회사가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소정근로시간(일하기로 정한 시간)을 단축한 것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규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첫째, 선정자들의 소(소송) 중 2019년 10월까지의 최저임금 지급 청구 부분은 부제소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아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당시 작성된 합의서의 내용과 정황을 고려하여, 이미 발생한 임금 채권에 대한 부제소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다만 합의서 작성일 이후에 발생하는 임금 청구권에 대해서는 부제소 합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선정자들의 나머지 청구(2019년 11월 이후 임금 및 퇴직금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택시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소송비용은 모두 선정자들의 부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택시 운전기사들이 제기한 최저임금 미달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2019년 10월까지의 임금 청구는 부제소 합의를 근거로 각하하고, 그 이후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는 회사와 노동조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무효인 합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운전기사들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은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사납금 이상의 운송수입에 따른 추가 수입 등)을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택시 운전기사의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고정급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둘째,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하여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0조 제1항과 제2항은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노사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은 유효하지만, 그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거나 강행법규를 잠탈(회피)할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부제소 합의의 효력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는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 채권을 포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는 유효하지만, 장래 발생할 임금청구권까지 사전에 포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는 근로기준법 등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고 있습니다. 넷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37460 판결)에서는 노사 합의로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미 발생하여 구체화된 임금이나 퇴직금 채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부제소 합의)했다면, 해당 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래에 발생할 임금이나 퇴직금 채권을 미리 포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등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의서의 문언과 합의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택시운송업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피해가는 것)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실을 넘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을 엄격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노사 합의의 유효성을 원칙으로 보고 있으며, 최저임금법 위반 판단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셋째, 법원은 해당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 택시 요금 인상이나 모바일 택시 호출 앱(카카오 T) 활성화 등 근무 여건 변화, 노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의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사정들이 최저임금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