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만성 신부전과 당뇨를 앓던 환자가 척추 통증으로 신경차단술을 받은 다음 날 사망한 사건입니다. 환자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술했으며, 시술 과정에 과실이 있었고, 전원 및 요양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시술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시술상 과실, 전원의무 및 요양 지도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침습적인 의료행위인 신경차단술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하여 유족들에게 각 250만 원씩, 총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만성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당뇨병을 앓던 환자 F는 2022년 1월 말부터 심한 왼쪽 엉덩이와 종아리 통증으로 고통받았습니다. 2022년 2월 14일, F는 G병원에 내원하여 신경외과 전문의 피고 C에게 경막외 신경차단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전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나, F는 만성 신부전으로 인해 혈중 칼륨 수치가 정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7.9mEq/L에 달했습니다. 시술 후 귀가한 F는 심한 전신 위약감을 느꼈고, 다음 날인 2022년 2월 15일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2022년 2월 20일 심폐정지에 따른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환자의 만성 신부전 및 당뇨병력을 고려한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신경차단술 과정에서의 술기상 과실, 환자에게 적절한 전원 조치 및 시술 후 요양 지도를 하지 않은 의무 위반, 그리고 시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진료상 과실, 술기상 과실, 전원의무 및 요양지도의무 위반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이 신경차단술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또는 합병증에 대해 망인 또는 보호자에게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2,5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2. 2. 14.부터 2024. 9. 12.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망인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로 인정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직접적인 의료과실이나 시술상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환자에게 중요한 의료행위인 신경차단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여러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의료과실의 입증은 환자 측에 있습니다. 중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명확히 존재한다면 과실 추정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설명의무: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설명의무는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중대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라면 면제되지 않으며, 의사가 이행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이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설명 부족 사실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러나 위자료 외에 전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여야 하며, 그러한 위반 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아 위자료만 지급하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의료 시술이나 치료를 받기 전에 자신의 모든 병력, 특히 만성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혈액 투석이나 당뇨와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침습적 시술 전에 혈액검사 결과 등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의료진에게 충분히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결과가 나온 후 시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는 시술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효과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그리고 그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위험에 대해서는 반드시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 시술 동의 여부를 결정할 자기결정권이 있으므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또한, 시술 후 몸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에 연락하여 안내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