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 회사인 주식회사 I는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파산 직전의 상황에 처하자 2018년 3월 8일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의 미지급 급여, 복리후생비, 상여 등을 잠정 반납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원고들(A, G)은 이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2018년 3월 급여와 원고 A의 근속포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노사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리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노사합의 체결 당시 해당 임금들의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아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단체협약으로 반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회사의 심각한 경영난을 고려할 때 노사합의가 회사의 존속과 고용 유지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I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 회계연도 당기순손실이 31억 원 내지 79억 원에 달하는 등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회사는 2017년 1월 25일 노동조합과 상여금 일부 반납에 합의했지만 경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8년 2월경에는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2018년 3월 8일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의 미지급 급여 복리후생비 상여 등을 잠정 반납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체결했고 파산 신청을 취하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들 A와 G는 2018년 3월 급여와 원고 A의 근속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자 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노사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 체결되었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현저히 합리성이 없어 무효라고 주장했으며 피고는 노사합의에 따라 해당 임금들이 반납 대상이 되었으므로 청구가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은 하급심과 대법원을 거쳐 다시 항소심으로 환송되어 2018년 3월 급여와 근속포상금 청구에 대한 최종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 간의 노사합의로 근로자의 임금 및 근속포상금을 반납하기로 한 결정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특히 지급기일이 도래하기 전의 임금에 대해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 단체협약만으로 처분할 수 있는지 여부와 경영난 해소를 위한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2018년 3월 급여 1,200,230원과 근속포상금 1,810,000원 그리고 원고 G의 2018년 3월 급여 1,337,815원의 지급 청구에 대해 이 사건 노사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판결의 주된 이유는 첫째 2018년 3월 급여의 지급기일인 2018년 3월 25일과 원고 A 근속포상금의 지급기일인 2018년 5월 22일이 노사합의 체결일인 2018년 3월 8일보다 늦었으므로 노사합의 체결 당시에는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단체협약으로 그 반납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피고 회사의 심각한 경영난(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 회계연도 당기순손실 발생 2018년 파산신청까지 이른 상황)을 고려할 때 임금 감액 및 지급 시기 유예를 포함한 노사합의는 회사 파산을 막고 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2018년 3월 급여 및 원고 A의 근속포상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주로 근로기준법상 임금 지급 원칙과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임금의 정의)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쌍무계약이며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합니다.
2.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 (임금 지급)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기일을 정하여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2018년 3월 급여의 지급기일(2018년 3월 25일)과 근속포상금의 지급기일(매년 5월 22일)이 노사합의 체결일(2018년 3월 8일)보다 늦었습니다. 법원은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임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반납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 단체협약의 효력 및 합리성 판단 원칙 대법원 판례는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에 속하므로 노동조합이 개별 근로자의 동의나 수권 없이 단체협약만으로 반환 포기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5다60207 판결). 그러나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임금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으로 처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단체협약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일지라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합니다. 합리성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 체결 경위 당시 사용자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심각한 경영난과 고용 유지를 위한 합의였으므로 합리성을 인정하여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인정했습니다.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이미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채권은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아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은 임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회사 간의 단체협약으로 반납 포기 또는 지급 유예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위기 상황에서 고용 유지를 목적으로 임금 감액이나 유예 등에 합의한 단체협약은 그 내용 체결 경위 회사의 경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임금 및 수당의 '지급기일'이 언제로 정해져 있는지가 임금 청구권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관련 규정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