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선박관리업체인 A 주식회사는 선박관리 1팀장 B를 회사의 취업규칙을 위반한 다수의 비위 행위를 이유로 해고하였습니다. B 팀장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일부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해고는 과중하다는 이유로 B 팀장의 손을 들어주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23년 2월 8일, 선박관리 1팀장 B를 해고했습니다. 회사는 B 팀장이 다음과 같은 비위 행위를 저질러 회사의 취업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2021년 'D호' 선박의 가구 수리 시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 수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후 국내 업체 'E'로부터 단독 견적을 받아 진행한 것이 회사의 비교견적 규정(구매절차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긴급한 수리 필요성과 촉박한 기한 등을 고려한 업무 처리로 보아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선박 부품 '스턴램프 RO-RO 부품'을 구매할 때 정품 취급 업체 'J'가 아닌 'I' 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한 것이 회사의 '재화, 용역 및 수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것이 회사 내의 관행으로 용인되어 왔다고 보아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체결한 38건의 폐기물 처리 계약 중 36건을 비교견적 없이 단독견적으로 체결했고, 그중 35건이 B 팀장과 친분이 있는 P이 대표자로 있던 'R' 업체와 체결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 부분은 징계사유로 인정하였습니다.
넷째, 2021년 11월경부터 5건의 폐기물 처리 등 업무를 관련 자격이 없는 'E' 업체로 하여금 수주하게 한 다음, 실질적으로는 미등록 업체인 'H'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방치하여 'H'에 이익을 주고 'E'에게 '통행 수수료'를 가져가도록 하는 배임행위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사적 친분이 있는 P이 운영하는 'H'(신규 R)이 원고의 공급업체로 등록하는 과정에 부적절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입니다. 법원은 P과 B 팀장 사이에 친분이 있었고 B 팀장이 P에게 업체 등록을 요청하도록 말했으면서도 의견 조회 과정에서는 등록하지 말라고 회신하는 등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으나, 신규 R이 부당한 절차를 거쳐 등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요청만으로 신뢰 관계를 훼손하거나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계사유로 불인정하였습니다.
B 팀장은 이러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B 팀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가 불복하여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박관리 1팀장 B의 구매 절차 위반 및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 등 비위 행위가 회사의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해고가 사회 통념상 정당한 징계 양정인지 여부, 그리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이 적법한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제기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피고보조참가인 B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판정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며, 소송비용은 원고 A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법원은 B 팀장에 대한 A 주식회사의 여러 징계사유 주장 중 폐기물 처리 계약 관련 단독견적 체결 행위(제1-2 징계사유)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징계사유(가구 수리 단독견적, 부품 구매 시 정품 미사용, 미등록 업체 업무 방치, 공급업체 등록 부적절 관여 등)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인정된 제1-2 징계사유만으로는 해고의 징계 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B 팀장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이며, 이와 같은 취지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않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원칙과 징계 양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징계 양정의 원칙과 관련하여, 법원은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되더라도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 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 처분이 위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사용자는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해고 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해고가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증명책임을 부담합니다. 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B 팀장의 폐기물 처리 계약 관련 단독견적 체결 행위가 회사의 내부 규정을 위반한 점은 인정했지만, ①다른 감독들도 유사한 단독견적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고 ②회사가 장기간 이를 관리·통제하지 않았으며 ③단독견적으로 인한 회사의 실제적인 중대한 손해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④B 팀장의 오랜 근속 기간과 징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징계사유만으로 해고라는 중대한 징계는 '지나치게 과중하여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인정된 징계사유의 경중과 회사가 주장한 손해의 불명확성, 그리고 다른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을 들어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회사 내부 규정(예: 구매 절차 규정, 재화 및 용역 수리 규정 등)은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설령 긴급한 상황이거나 오랜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규정 위반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반드시 서면 기록이나 상위 책임자의 공식적인 승인 등 예외 절차를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적인 친분이 있는 업체와의 거래는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회사 내부 규정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각 사유가 개별적으로 징계의 정당성을 갖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해고와 같이 중대한 징계의 경우,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해고가 사회 통념상 적절한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히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로 인해 회사에 실제로 발생한 중대한 손해나 신뢰 관계의 회복 불능성 등이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회사는 징계 처분을 내릴 때 근로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사한 비위 행위가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있었음에도 특정 근로자에게만 과중한 징계를 내리는 경우, 징계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성실히 근무해온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더욱 신중해야 하며, 감봉이나 정직 등 다른 징계 수단으로도 제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