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A는 조달청과의 물품 공급 계약에서, 입찰 시 제출했던 규격서에 명시된 주재료 공급업체 및 원산지와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납품하였습니다. 이에 조달청은 주식회사 A에게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식회사 A가 허위 규격서를 제출하여 국가에 손해를 끼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달청이 부과한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감경 사유를 고려하지 않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해당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조달청이 공고한 조달물자 구매 입찰에 참여하여 B(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입찰 시 제출한 규격서에 B의 주재료인 막재의 공급자와 원산지를 특정 회사와 대한민국으로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조달청의 현장 조사 결과, 주식회사 A가 실제 사용한 막재는 규격서에 기재된 공급업체의 국내산 제품이 아니었으며 대부분 중국과 대만 업체로부터 수입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조달청은 주식회사 A가 규격서와 다른 재료를 납품하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부정당업자 행위를 했다고 보고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가 입찰 시 제출한 규격서의 내용(주재료 공급자와 원산지)을 위반하여 실제와 다른 재료를 납품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가 국가에 손해를 끼치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조달청장이 원고에게 부과한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부당하게 행사(일탈 또는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조달청장이 2022년 11월 17일 원고 주식회사 A에게 내린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에 필요한 비용은 피고인 조달청장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가 입찰 과정에서 막재의 공급자와 원산지에 대해 허위 규격서를 제출하고 실제와 다른 재료를 납품하여 국가에 손해를 끼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달청이 12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릴 때, 원고가 규격서에 막재 공급자를 기재하지 않아도 적격자 선정이 가능했던 점, 원고가 납품한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수요기관의 만족도가 높았던 점, 조달청 자체적으로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제재 지침을 변경하고 있었던 점 등 감경할 만한 사정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달청의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보아 주식회사 A의 청구를 받아들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법령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4호와 동법 시행규칙 별표 2입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4호는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구체적인 기준과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1. 일반기준' 다목에서는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하여 제한 기간을 개별 기준에서 정한 기간의 2분의 1 범위에서 줄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2. 개별기준' 제6항 나목에서는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로 국가에 10억 미만의 손해를 끼친 경우 제재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조달청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의 감경 사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최대 제재 기간인 12개월을 부과한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법령에 정해진 재량권을 행사할 때에도 관련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행정법의 중요한 원칙인 '비례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공공 조달 계약 시에는 입찰 과정에서 제출하는 규격서 내용, 특히 주재료의 공급자나 원산지 정보가 계약의 중요한 조건이 되므로, 이를 정확히 기재하고 계약 내용에 따라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허위 기재나 규격 위반 납품은 부정당업자 제재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 내용이나 규격서의 내용을 변경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발주기관과 협의하여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변경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임의적인 변경은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행정기관의 제재 처분이 내려졌을 경우, 해당 처분이 관련 법령에 따른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재량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게 이루어졌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처분의 동기, 위반 내용, 횟수, 그로 인한 손해의 정도, 피제재자의 성실성, 다른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행정기관의 내부 지침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비록 규격 위반이 있었더라도, 납품된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에 문제가 없고 수요기관의 만족도가 높았으며, 해당 위반 행위가 국가에 끼친 실질적인 손해가 미미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등은 재량권 남용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발주기관의 내부 규정이나 지침, 예를 들어 제재 기준이나 처리 방향에 대한 공지사항 등이 변경되는 경우, 해당 변경 사항이 현재 진행 중인 또는 과거의 사건에 대한 처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