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도봉구청장이 특정 토지에 문화시설 건립을 위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내린 것에 대해 토지 소유자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인가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도봉구청이 사업 부지 확보 과정에서 대체 부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공익 대비 사익 침해가 과도하다고 판단하여 실시계획인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고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2020년 6월 22일부터 서울 도봉구의 97.6㎡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7월 7일 서울특별시장은 원고의 토지를 포함한 총 3,501.6㎡의 부지를 문화시설(G)인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고시했습니다. 이후 피고 도봉구청장은 2022년 10월 6일 열람공고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해당 문화시설사업의 실시계획을 인가하고 고시했습니다. 이 실시계획에는 원고의 토지를 문화시설의 차량 진출입로 확보를 위해 수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토지가 사업 부지 북쪽 모퉁이에 위치하며 전체 사업 부지의 2.8%에 불과하고, 인접한 서울시 소유 토지와 연계된 F 토지 일부(약 60㎡)를 활용하는 것이 진입로 조성 목적에 훨씬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F 토지 일부는 소유권 확보가 크게 어렵지 않고, 현재 사용 수익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이를 수용하는 것이 사익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공익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피고는 F 토지 일부를 수용하려면 소유자가 많아 동의 절차와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절차적 비용만 9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미 5년간의 사용협약을 체결했으나, 영구적인 사용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원고 토지 수용이 필요하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원고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피고 도봉구청장이 추진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처분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도봉구청장이 2022년 10월 6일 고시한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인 도봉구청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도봉구청이 도시계획시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원고의 토지를 수용하는 것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춘 이익형량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체 부지로 고려될 수 있는 다른 토지가 있었고, 해당 토지 수용 시 소유자들의 재산권 침해가 적고 공익 달성에도 더 부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절차의 복잡성과 시간 소요를 이유로 원고 토지를 선택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토계획법) 제43조 제1항, 제2항, 제58조 제1항: 이 법률은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 및 설치 기준, 개발행위허가 기준 등을 규정하여 행정기관이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시설을 설치할 때 따라야 할 절차와 원칙을 제시합니다. 특히 행정주체가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군관리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비교적 폭넓은 형성의 재량을 가지지만, 이는 관련되는 제반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는 제한을 받습니다.
건축법 제2조 제2항, 제44조 및 건축법 시행령 제28조 제2항: 건축법은 건물 대지가 도로에 접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면적 2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물은 너비 6미터 이상의 도로에 4미터 이상 접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문화시설 G의 연면적이 9,608㎡이므로, 이 기준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서울시 토지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으나, 원고 토지 또는 F 토지 일부를 확보할 경우 요건이 충족될 수 있었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행정계획의 재량권 일탈·남용 법리: 행정기관이 행정계획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데에는 광범위한 재량이 주어지지만, 이 재량권은 무제한적이지 않습니다.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누락했거나, 또는 이익형량을 했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아 해당 행정처분은 위법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도봉구청이 원고의 사익 침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대안 부지 확보의 복잡성만을 이유로 원고 토지를 수용하려 한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 제5조, 제29조, 제30조: 이 규칙들은 도시계획시설의 구체적인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계획 결정 시 행정기관의 판단 기준을 제공합니다.
이 판례는 행정기관이 도시계획시설사업을 추진할 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처분을 할 경우,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엄격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